경제·금융

[심층진단] 증권업계 "인건비·운용비등 부담만…"

서비스 포기땐 고객이탈 불보듯…울며겨자먹기식 참여ECN시장 개장을 앞둔 증권업계의 표정이 밝지 않다. 시장 개장과 동시에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를 해결할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문은 손익. ECN시장이 열리면 매일 손해보는 장사를 해야할 처지다. ECN시장에 관한 증권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가격변동기능이 없는 ECN시장을 이용한 주식거래는 정규시장의 10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주식시장 점유율이 1%인 A증권사의 경우 ECN시장의 초기 거래대금이 코스닥시장 평균의 10% 수준에 이른다고 가정할 경우 예상되는 수수료 수입은 하루 45만원이다. 그러나 ECN시장이 개장하면 야간근무인원이 있어야 한다. A증권 인사담당 임원은 "ECN시장이 열리면 최소한 전산실 직원 4명, 콜센터 4명, 사이버증권팀 1명, 회계담당 1명 등 10명은 매일 야간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야간근무 인원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증권사마다 밤9시까지 전산시스템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것도 원가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증권사들의 인건비와 전산비용을 감안할 때 현행 제도에서는 ECN시장에 참여해 수익을 얻기보다는 적자만 쌓여갈 뿐이다. A증권사의 경우 ECN시장 거래량이 코스닥시장 거래량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하면 매년 2억5,000만~3억5,000만원씩 손실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증권사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ECN시장 서비스를 포기할 경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대적 불이익(고객이탈)이 부담스러워 소형증권사들도 어쩔 수 없이 ECN서비스를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ECN시장이 끝나는 밤 9시 이후 고객들의 거래내역을 원장에 기록하는 전산마감을 해야 하는데 보통 5시간~6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만약 전산사고가 발생한다면 다음날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정규시장 동시호가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게다가 ECN시장이 24시간 체제로 바뀌면 그동안 증권사별로 평균 100억원정도씩 투자한 홈트레이딩 시스템의 용량을 확대해야 해 ECN서비스를 위한 추가비용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세계에서 ECN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ECN의 총거래대금은 나스닥 거래대금의 38%에 이르고 있지만 이는 장중에 투자자들이 나스닥보다 ECN을 통한 거래가 많기 때문이며 야간시간을 이용한 ECN거래는 나스닥 정규시간 거래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A증권사 임원은 "국내 ECN은 가격변동기능도 없이 하루 5시간씩 거래할 예정이어서 증권사가 ECN거래를 통해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가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ECN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정말 울며겨자먹기식 시장이 아닐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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