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미래를 내다보는 록웰/J.플래니건 LA타임스 컬럼니스트

◎항공·방산부문 매각 대대적 구조조정 나서/반도체 등 투자확대 연매출 100억불 겨냥정치캠페인은 끝났지만 기업캠페인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빌 록웰 인터내셔널회장은 최근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관리자들과 분석가들을 모아놓고 록웰의 사업전략을 설명했다. 록웰은 보잉에 항공과 방위산업부문을 30억달러에 매각하는 교섭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장자동화, 항공전자, 반도체와 모뎀, 트럭 차축, 자동차부품분야에서 연간 매출액 1백억달러의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사업부문을 정리함으로써 월스트리트 투자자의 환심을 사 주가를 높이려는 경영방식은 미국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요즘 방산업은 매물이 많이 나온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도 반도체사업에 치중키 위해 20억달러의 방산전자부문을 곧 매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들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간다. 방산업은 2차대전 이후 최고치에 가깝게 팔리고 있다. 그런데 방산업은 기술향상을 위해 재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TI와 마찬가지로 록웰은 다른 사업부문도 그렇듯이 반도체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 선택을 해야 할 판이다. 시시콜콜한 수지타산을 떠나 미국산업계가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과 기술에 적응해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공장자동화는 로봇이 단순작업에만 쓰인다는 유치한 사고를 오래전에 벗어나게 했다. 오늘날 작업과정 하나하나에 지시를 내리는 지능적인 모터와 소프트웨어는 아날로그화돼 인간의 세포시스템과 같다. 체내에서 세포는 뇌의 명령에 상관없이 박테리아를 공격한다. 뇌가 각각의 세포에 명령을 내리지는 않으니 명령이 없어도 제각기 작동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미국업계가 혼동에 빠져 있던 1985년 록웰이 인수했던 밀워키의 회사 앨런―브래들리가 채택한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80년대초 「미래의 공장」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대기업들은 로봇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자동화사업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앨런―브래들리 같은 회사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록웰은 앨런―브래들리를 인수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오늘을 보고 산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샀다고 말했다』고 빌은 회상한다. 그는 당시 록웰의 사장이었고 1988년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에 취임했다. 공장자동화사업은 드디어 90년대에 활기를 띠면서 록웰에 연매출 45억달러에 매출대비 영업이익 13%를 안겨주었고 매년 8%씩 성장하는 세계적인 사업으로 변신했다. 아시아와 남미시장규모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공장자동화로 사회와 기업은 변하고 있다.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작업을 하기때문에 비숙련노동자가 필요없다. 록웰측은 『점점 더 고학력 노동자의 비율이 커질 것이다』고 밝힌다. 록웰은 경쟁과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업부문처럼 록웰의 항공사업부문은 통신세계에서 점점 더 역할이 증대되는 인공위성용 전자부품 쪽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부문에서 록웰은 이동전화의 내부부품을 많이 공급하고 있으며 인터넷 접속용 고속모뎀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록웰은 연구개발에 매년 7억달러 이상을 써야 하고 공장과 장비 현대화에 그만큼의 돈을 부어야 한다. 록웰은 또 1919년에 시작한 트럭과 자동차 부품제조업체도 갖고 있다. 얼마전에 끝난 회계연도의 매출은 30억달러. 그러나 이것도 팔릴 것이다. 빌은 『이것들은 우리 기업의 핵심사업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빌은 투자관리자들에게 록웰이 매년 매출과 순익에서 15%의 성장을 달성키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키 위해 록웰은 빌에게 연간 봉급과 보너스를 합해 2백만달러가 넘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물론 농구스타 샤킬 오닐은 시즌의 10분의1만에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5만8천명의 종업원을 가진 기업가는 회사내 다른 사업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보이고 있고 어떻게 능력있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BT증권의 분석가인 울프강 데미시는 보잉과의 거래로 부채를 청산한 록웰이 『이제 좋은 기회를 가진 재정적으로 강력한 회사다』고 말한다. 다른 대부분의 미국기업들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그들은 인수, 합병에 대처함은 물론 최고의 기술을 수단으로 해 전세계를 무대로 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냄으로써 주가를 높여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한 항공전문가는 『방산업계의 중심도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서 좀더 지능적인 전자부품을 내장함으로써 구비행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옮겨갔다』고 말한다. 이같은 방산업계의 변화에는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윌리엄 페리 국방부장관의 공로가 크다. 그는 방산업계가 국방예산 삭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왔다. 데미시는 『스페인전선의 웰링턴처럼 페리는 후퇴를 명령, 병력손실을 피한 채 체질개선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빌은 우주와 방산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시절 우주선을 만들었던 록웰을 새로운 분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하나는 해냈고 이제 또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날의 기업은 쉴 틈이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