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아름다운 기녀 대신 강한 여성의 삶에 초점 '황진이'



[리빙 앤 조이] 아름다운 기녀 대신 강한 여성의 삶에 초점 '황진이' 서필웅 기자 peterpig@sed.co.kr 관련기사 • 송혜교의 황진이는 어떤 여자일까? • 송혜교 "하지원, 시사회 와준 것 가장 기뻐" • 패션지 송혜교 화보 논란 • 첫경험 송혜교 "아~ 스트레스" 5kg 쏙! • 송혜교가 쫄바지 3개 겹쳐 입은 사연은? • 장윤현, 그녀 통해 무엇 보여주고 싶었나 • 전도연-송혜교, 한국 영화 '쌍끌이' 임무 • 여장부 하지원과 청순한 송혜교 • '황진이'하면 떠오르는 두가지 이미지 • 송혜교 "화려한 기생보단 인간 '황진이' 초점" 역사적 인물인 ‘황진이’에서 대중들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대충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첫번째는 16세기 조선사회를 특유의 매력과 재능으로 휘어잡았던 ‘아름다운 여성 황진이’, 두 번째는 철저한 남성 중심 사회였던 당시 조선사회를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강한 여성 황진이’다. 황진이의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창작자들은 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드라마 ‘황진이’가 전자를 선택했다면, 장윤현 감독이 100억원을 들여 만들어 낸 영화 ‘황진이’는 후자를 선택했다. 덕분에 영화 ‘황진이’를 보는 관객들은 특유의 매력으로 조선의 남자들을 휘어잡는 기녀 대신, 가슴 속 깊이 깊은 분노와 슬픔을 감춘 채 꼿꼿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철녀(鐵女)’를 스크린 속에서 보게 된다. 영화는 벽초(碧初) 홍명희의 손자인 북한 작가 홍석중 원작의 소설 ‘황진이’를 모태로 했다. 송도의 소문난 효자 집안인 황진사 댁의 별당 아씨 진이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종인 놈이와 소꿉동무처럼 지낸다. 하지만 신분을 초월한 두 아이의 우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황진사는 놈이를 살벌하게 매질하고, 이에 놈이는 집을 떠난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후, 장성한 놈이(유지태)는 건강한 청년이 돼 황진사가 죽은 후 하인들이 재산을 빼돌려 근근히 가문을 꾸려가고 있는 황진사댁에 찾아와 집안 살림을 맡기를 자청한다. 한편 역시 어른이 된 황진이(송혜교)는 한양 양반가와 혼담이 오갔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혼담이 깨진다. 그녀의 어머니는 황진이에게 “너는 내 아이가 아니라 네 아버지가 몸종을 겁탈해 낳은 아이”라며 혼담이 깨지게 된 비밀을 들려준다. 그러고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너를 내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나를 어머니로 부르지 말라”고 그녀를 내친다. 출생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고 순식간에 마음 속에 깊은 슬픔을 안게 된 황진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안고 스스로 기생의 길을 선택한다. 이때부터 자신을 사모하다 죽은 남자의 원혼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여인 황진이는 피노 눈물도 없는 차가운 여인으로 변해 간다. 언제나 그녀의 곁을 지키던 놈이는 이런 황진이의 차가운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이후는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된 황진이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꼿꼿한 양반 벽계수를 유혹한 이야기, 서화담과의 이야기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황진이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또한 그녀를 떠났다 의적 두목이 돼 돌아온 놈이와의 사랑이야기도 펼쳐진다. 영화를 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황진이의 차가운 모습이다. 작품 속 황진이는 웃지 않는다. 간혹 웃더라도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흘리는 거짓 웃음일 뿐 진심을 담아 활짝 웃는 웃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감독 장윤현의 전작 ‘접속’의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여인 수현이나, ‘텔미 썸딩’의 무표정한 수연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전작 속의 그녀들처럼 황진이도 가슴속 깊이 개인적 슬픔을 꾹꾹 찍어 누른 채 세상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런 여인으로 그려진다. 이런 황진이는 꽤나 현대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쉬운 것은 이런 황진이의 모습이 단지 무표정한 이미지로만 그친다는 것이다. 영화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놈이와의 관계 속에서 이런 황진이는 한없이 고전적으로 변한다. 적어도 그에게만은 그녀는 수동적이다. 놈이가 자신을 기생으로 만드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또 수없이 그녀의 인생을 침해했음에도 마음 속 깊이 그를 묻고 운명을 받아들일 뿐이다. 물론 이런 그녀의 모습을 ‘진실한 사랑’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주체적으로 세상을 산 여인 황진이를 중심으로 한 작품의 성격과는 상반되는 이율배반적인 느낌이다. 차라리 놈이와의 사랑을 더 주체적으로 그려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영화 ‘황진이’에서 놈이와의 러브스토리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100억원이 투입된 대작답게 ‘황진이’는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최근 사극 영화들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은 원색의 강렬한 의상대신 검정, 초록, 파랑 등 차가운 색을 중심으로 삼은 영화의 의상은 슬픔을 주요 정서로 하는 작품과 썩 잘 어울린다. 16세기 최대의 상업도시 개성의 분주한 모습을 담은 화면 또한 아름답다. 배우들은 모두 제 몫을 해주는 편이다. 송혜교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 황진이를 무난히 그려냈다. 최고의 연기를 거론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데뷔작 ‘파랑주의보’의 부진을 씻을만한 연기다. 유지태 역시 놈이 역할을 잘 수행했다. 배우들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후반부 기생 황진이 이야기에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송도사또 역의 유승룡. 영화에서 자신의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역동적 인물인 이 역할을 특유의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입력시간 : 2007/05/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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