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구조조정은 합병을 통해 탄생한 ‘초대형 은행(Megabank)’을 운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한다. 씨티그룹은 최근 17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만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으로서는 다소 굴욕적인 발표지만 그동안 합병을 통해 불어난 비효율적인 관리직 인력을 줄이게 됐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씨티 측은 이번 구조조정을 지난 99년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합병으로 씨티그룹이 탄생한 이래 가장 큰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과도한 비용 지출에 대해 불만이 높아져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은행간 합병은 여러 측면에서 일반기업의 합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기업의 문화를 통합하고 중복되는 관리인력을 정리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이 합병에 성공한 기업은 극히 드문 사례다.
이와 더불어 은행간의 결합은 몇 가지 특수한 어려움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몇몇 문제들은 합병 후 10년이 지난 뒤에야 드러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씨티그룹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같은 대형 은행일수록 합병 이후 조직을 단일화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실 채무도 늘어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들은 합병 초기에는 몇 가지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자산운용 부문은 합치면 되고, 미국에 한해 중복되는 지점은 문을 닫으면 된다. 투자은행 부문도 조직을 재정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합병한 은행들은 구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고객 신용정보 등을 공동 관리하는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또 본부에서 각 지점별 대출 규모 등을 통제해야 하고 은행 상품들을 통합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씨티그룹은 일본 증권사 닛코코디알과도 합병 논의에 들어가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감원으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선 합병으로 초기의 ‘반짝 이득’을 얻는 데 급급해서는 장기적인 이익창출이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합병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내부적인 통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실패한 씨티그룹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