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OECD가입 유감/이상수 국회의원(로터리)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관련 공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정부를 대표하여 나온 재경원의 한 고위 간부가 『이제 곧 딸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마당에, 설사 어머니가 그 동안 결혼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결혼식장에 나와 축복을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며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사실 우리 야당은 OECD 가입에 대한 국회비준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그 동안 야당은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니니 결혼을 미루라고 하며 딸을 만류해 왔다. 그러나 그 딸이 한사코 결혼을 하겠다고 하며 결혼식 날짜까지 받아놓은 지금, 그 결혼을 반대하고 결혼식장에 나가지 말아야 하는지 결혼을 허락하고 결혼식장에 나가 축복해 주어야 하는지,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 있다. 곤혹스러움 못지 않게 서운함도 크다. 결혼식 날짜를 정하기 전에는 어머니로 인정해주지 않고 상의조차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다급해지자 어머니라고 부르며 결혼식 참석을 요청하는 듯한 정부의 자세는 우리를 무척이나 섭섭하게 만든다. 지금 정부의 태도는 결혼 전에는 어머니로서의 권위나 자격도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해 오다가, 막상 결혼식을 올리며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머니의 참석이 필요하자 뒤늦게 어머니라고 부르며 식장에 나와 달라고 간청하는 태도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OECD 연내가입의 득실과 찬성여부를 떠나 그 동안 야당에 대해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입을 추진해 온 정부의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당이 협상의 진행과정을 정확히 알려줄 것을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OECD측이 협의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협상과정을 알려줄 수 없다면서 야당의 요구를 거부해 왔다. 과연 OECD측의 입장만을 존중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OECD측과의 협의내용을 그때 그때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그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나 반응을 「협상무기」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졌어야 했다. 국운을 좌우할지도 모를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야당과도 수시로 긴밀한 협의를 거쳐 대내적인 정책의지의 결집력을 강화하여 책임있는 대외협상을 추진하는 자세가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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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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