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앞이 안보인다"
철근값 고공비행, 미분양 쌓이고, 모래파동까지…
1주일이상 지속땐 공사차질 불가피경기경착륙 가속화 우려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인천 옹진군의 골재채취가 1주일가량 중단된 가운데 20일 인천 남항부두의 골재야적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건설업계가 정부의 잇단 고강도 수요억제정책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모래부족 대란마저 겪게 돼 사면초가에 처했다.
지난 6월 초 접수받은 서울 5차 동시분양의 경우 861가구 모집에 191가구가 미달됐고 비슷한 시기에 청약에 들어간 인천 3차 동시분양은 1순위에서 50%가 미달됐다. 아파트 초기입주률도 60~70%선대로 하락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서해안 해사(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고 재고물량 역시 바닥을 드러내면서 레미콘 공급에 영향을 미쳐 공사중단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주민들은 최근 해사채취로 인근 바다의 생태계가 파괴, 어자원이 급감했다며 모래채취를 15일 이상 막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생활안정자금으로 가구당 3억~5억원을 무담보ㆍ무이자 조건에 15년 거치 20년 상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골재협회는 가구당 3억~5억원을 보상하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어서 절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옹진군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양보가 없는 한 해사채취는 장기간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 이런 가운데 모래 가격은 최근 톤당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26% 이상 올라 건설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해사채취업체들은 앞으로 바닷모래 채취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1주일마다 톤당 1,000원씩 가격을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레미콘업계 역시 평상시보다 바닷모래 공급이 30% 가량 줄어들면서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옹진군에서 채취되는 바닷모래는 수도권 전체 모래 수요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재고부족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옹진군 관내 해사채취 허가량은 아직 1,351만㎥의 여유가 있는 상태지만 당장의 재고량은 20만㎥에 불과하다. 충남 태안군 역시 허가량은 1,100만㎥지만 현재 7만㎥의 재고만이 남아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窄?건설교통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철근 값 폭등으로 5,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의 피해를 본 상태인데다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미분양 물량 증가에 모래대란까지 겹칠 경우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백영권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건설사들로서는 올들어 주택 미분양과 중국발 원자재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모래공급마저 겪게 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더욱 침체되고 있어 업계가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의 모래수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북한 모래 반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래 확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co.kr
입력시간 : 2004-06-20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