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인하도 필요하지만

경기위축이 심화하면서 금리인하와 재정지출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측에서 주로 제기해 온 금리인하 문제에 대해 금리결정의 직접적인 당사자이면서 그 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온 한국은행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0일 “북한 핵 문제와 사스의 영향을 분석한 후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통화정책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같은 날 “올해 물가상승률이 3%대로 예상되는데 비해 콜금리가 4.25%로 상대적으로 높아 탄력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있다”며 보다 직설적으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말했다. 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결로 유가가 안정을 되찾음으로써 물가에 부담을 덜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국내물가는 국제유가 외에도 부동산가격,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은이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의 경기위축이 물가걱정을 능가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금리는 그 중에서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작년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4.0%에서 4.25%로 올린 이후 꼭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금리인하의 효과다. 금리인하로 예상되는 일반적인 효과는 설비투자 및 소비의 증대 그리고 증시부양 등이다. 지금의 경제여건에서 금리인하를 통해 이 중 어느 하나의 효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 투자의 경우 기업들이 쌓아두고 있는 유동성이 46조원이다. 투자가 안되는 것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투자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돈이 넘처나 예금금리를 잇달아 내리고 있는 판국이다.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져 사실상 더 내릴 여지도 없는 실정이다. 소비 역시 가계대출의 부실화로 인해 대출회수 압박이 심해 여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증시부양 효과는 더욱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의 금리인하는 자금의 부동화만 심화시켜 부동산투기를 부채질하는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 정부가 동원할 예정인 추경편성ㆍ예산의 조기집행 등도 판에 박은 부양책으로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박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하의 문제는 효과 보다 신뢰의 문제”라고 고민의 일단을 피력했다. 하지만 정책이 신뢰를 받는다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금통위원들이 경기상황 파악을 위해 시장견학을 한 뒤 처음 열리는 5월의 금통위에서 신뢰 받을 결정이 이뤄지기 바란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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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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