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황제` 베토벤의 출생담이다. 베토벤을 잉태했을 때는 그의 어머니는 이미 8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 중 셋은 귀머거리이고 둘은 장님이며 한 명은 정신지체아였다. 게다가 그녀는 고약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
시점을 요즘으로 돌려 물어보자. 베토벤 어머니와 같은 상황이라면 낙태를 할까, 아니면 아이를 낳아 키울까? 대부분 낙태를 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베토벤 어머니도 낙태를 선택했다면 `베토벤`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인간의 근시안적인 한계와 미래에 대한 무지함을 극명하게 일깨우는 대목이다.
요즈음 IT업계는 매우 어렵다. 불과 1~2년 전과 비교하면 세월의 간극이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한동안 디지털, IT, 전자상거래라는 단어가 회자되면서 지나간 시대와는 전혀 딴판의 세상이 펼쳐진다고 야단법석이 났었다. 그 같은 단어가 들어간 회사명이나 명함만 받아도 그 앞에서 주눅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IT가 새로운 경쟁력을 이끌어낼 핵심요소로 인식되면서 앞다퉈 투자에 나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손에 잡히는 투자성과는 미흡했고, 성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IT나 e-비즈니스라면 아예 손사래를 친다. 거부감은 물론 심지어는 일부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닷컴 거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은 그것에 대한 맹신만큼이나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차분하게 상황을 통찰해 봐야 한다. 우리가 성급했고 대응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뿐 새로운 경쟁우위요소로서의 e-비즈니스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e-비즈니스는 이제부터라고 주장한다. e-비즈니스에 성공한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례로 모토롤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터넷협상 프로그램(MINT, Motorolas Internet Negotiation Tool)을 운용하여 25%에 해당하는 4,500억 원의 획기적인 비용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대로만 대응한다면 e-비즈니스 시스템의 도입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핵심요소라는 증거다.
역사는 흐름이다. 발전은 흐름을 타는 것이다. e-비즈니스나 IT도 다른 모든 것과의 단절 속에서 뾰족한 수를 내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경제발전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질서와 연관을 전제로 그 본질이 갖는 장점들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e-비즈니스의 성공사례를 보면 오프라인기업의 핵심가치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하려면 새롭게 전개되는 시대변화를 읽는 통찰이 먼저 있어야 하고, 다음에 그 흐름을 탈 수 있는 수단으로서 e-비즈니스나 IT들이 적극 동원되어야 한다. 이제야 말로 심기일전하여 e-비즈니스의 꽃을 피워야 할 때이다.
<오천수(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