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 속상한데 버블붕괴가 웬말"
강북·수도권 민심 '흉흉'靑·정부 말폭탄에 지역주민 불안감 확산노원·의정부등 호가 하락속 매물만 쌓여
김문섭기자 luf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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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세븐' 중 최고의 거품지역은 어디?
[사설] 버블 붕괴후 대책도 준비해야
“가뜩이나 값이 계속 떨어져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 더 떨어진다고 겁을 주니 어쩌라는 건지….”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일대의 바닥 민심이 흉흉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표심 얘기가 아니라 난데없는 ‘부동산 버블 붕괴’ 소리에 기겁한 서민들의 심정이 그렇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정부가 연일 부동산 버블 붕괴를 주장하며 ‘말 폭탄’을 쏟아내자 버블과는 거리가 먼 수도권 전반에까지 점차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집값이 20~30% 떨어질 것(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이라거나 “서울 변두리와 지방에서 버블붕괴는 이미 시작됐다(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는 등의 발언이 논란을 낳으면서 동요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버블은 남의 나라 얘기’라며 관심없다던 강북ㆍ수도권 지역 주민들도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매수를 늦추거나 매도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10ㆍ29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에 비해 아파트값이 평균 6.5%나 떨어진 경기 의정부시. 각 동네 중개업소마다 아파트 매물이 잔뜩 쌓여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뭄에 콩 나듯 매수 희망자가 등장하면 십여개 부동산이 동시에 부산스럽게 움직일 정도다.
호원동 효성공인 관계자는 “강남은 5억원 짜리 아파트가 두배 세배가 됐다는데 이 쪽은 한창 때 1억5,000만원 가던 것이 2,000만원씩 빠졌다”며 “버블 논란이 일자 ‘다른 집보다 100만원이라도 싸게 팔겠다’며 호가를 낮추는 사람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싸기로 서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노원구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점점 다가오면서 ‘1차 처분대상’인 이 지역의 매물은 쌓여가고 있지만 대부분 전세를 끼고 있는 집들이어서 거래가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는 시장에 버블 붕괴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은 적지않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었다.
상계동 국제공인 관계자는 “강북에선 4월부터 지금까지 거래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한 중개업소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며 “시장이 위축될 대로 위축돼 실수요자들도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인데 버블 붕괴가 웬말이냐”고 꼬집었다.
강북구 수유동의 청룡공인 관계자도 “이 곳은 버블과는 전혀 상관없는데도 혹시 강남권 버블의 여파로 새우등이 터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지목한 ‘버블 세븐’과 그 주변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 즉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집값이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떨어진 곳들은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다. 특히 전 재산인 집 한 채를 팔려고 내놓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의 늘푸른공인 관계자는 “1년전 1억6,000만원에 사서 들어온 사람도 많은데 지금 시세는 1억3,000만원밖에 안된다”며 “매물을 내놓은 집 주인들이 ‘왜 이렇게 집이 안 나가느냐’고 묻는 전화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광명시 철산동의 소망공인 관계자도 “버블이란 건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기면서도 혹시 여파가 오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입력시간 : 2006/05/22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