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7월 12일] 어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과제

2013년 새해 벽두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뒤 불어닥친 후폭풍이었다. 새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신'들의 인사 숨통을 트기 위해 어윤대 KB금융 회장에게 "중도 사퇴하라"고 시그널을 줬는데도 어 회장이 버텼기 때문이다.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이번에도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고강도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물론 계좌추적권도 발동했다. 금감원에는 새 정부에 줄을 대려는 은행 내부 인사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금감원의 고전적인 수법도 또 한번 등장한다. 곡식에서 돌이나 풀 등을 골라낼 때 쓰는 농기구인 '체'를 성긴 것에서 촘촘한 것으로 바꾼 것이다. 매년 KB금융을 종합검사할 때는 경영 전반의 일상적인 문제를 검사하더니 어 회장을 겨냥해 소소한 문제까지 캐내기 시작했다. 이미 2010년 8~9월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중징계할 때 썼던 방식이다. 결국 어 회장은 2013년 4월쯤 임기를 서너달 남기고 사퇴하고 만다. 이 와중에 KB금융은 극도의 눈치보기와 보신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물론 이는 한낱 소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정태 전 국민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강 행장의 전철을 보노라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들 모두는 한때 정권에 가까웠다가 이후 멀어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오는 13일 주총에서 어 회장 내정자는 정식으로 KB금융의 선장이 된다. 어 회장은 조직 안정과 수익성 회복, 지주회사 내 포트폴리오 구축, 경영효율화 등 수많은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KB금융을 권력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권력의 풍향이 바뀔 때마다 조직 전체가 휘청거린다면 '리딩 뱅크'는 한낱 헛된 꿈에 불과하다.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 회장 내정자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이 같은 악순환을 끝낸 최고경영자(CEO)로 기억돼야 한다는 얘기다. 비록 어 회장 내정자 본인이 '낙하산 인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적어도 '권력 측근 인사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만은 받아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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