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보금자리주택 '출산 장려'는 잊었나

이 정부 들어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출산 장려'였다. 아이를 많이 키우는 가정에게 주거 문제만큼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겠다는 취지다. 아이가 많은 가정에 입지와 가격 모두 적당한 보금자리를 주기 위해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이 시작됐다. 그러나 국토부가 27일 발표한 내년도 업무보고를 보면 이들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사라진 느낌이다. 내년부터 보금자리주택의 60㎡(이하 전용면적) 이하 소형 물량은 크게 늘리고 60~85㎡ 중형 물량은 줄이기로 하면서 다자녀 가구에 대한 대책은 만들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다자녀 가구에게는 60㎡이하 주택은 청약 대상이 되기 힘들다. 다자녀 가구는 평균 5~6인으로 구성된 가정으로 소형 주택에 살기 쉽지 않다. 전매제한이 최대 10년인 보금자리주택에서 초등학생 자녀 3~4명이 있다면 이들이 고등학생으로 커가는 것까지 보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3차 보금자리주택 지구 사전예약을 보면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의 경쟁률은 주택규모에 따라 편차가 극심했다. 51ㆍ59ㆍ74㎡ 등 3가지 주택형이 공급됐는데 74㎡을 제외하고 대부분 미달됐다. 인천 구월지구에서 공급된 51~59㎡ 24가구에 7명만이 청약했고 하남 감일지구도 18가구를 모집한 51㎡에 9명만이 접수했다. 아무리 내 집 마련이 절박한 서민 다자녀 가구라도 10년을 살아야 될 주택이라면 당연히 비좁은 주택 청약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은 보금자리주택 전체 물량의 10%가 일률적으로 배정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보금자리 주택의 소형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다자녀 가구가 현실적으로 입주할 만한 전용 60~85㎡ 사이의 중형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보금자리주택이 더 이상 '출산장려 유인책'으로 작용하기는 힘들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제대로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자녀 가구에만 전용 60~85㎡ 중형물량의 공급 비중을 전략적으로 늘리는 등의 묘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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