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6일] 소비자 우롱하는 중고거래

주부 김모씨는 얼마 전 아이가 치던 피아노 수리를 맡겼다가 업체 관계자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작년에 중고상으로부터 명품이라며 큰맘을 먹고 구입했던 외국산 중고피아노의 내부 부품은 모두 중국산이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껍데기만 명품인 제품을 속아 구입한 것이다. 사실 악기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오래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부터 일본 등 선진국에는 오래된 피아노를 사려는 한국 상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중고피아노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국내에서 '명품중고'라며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지만 수리과정에서 부품이 모두 저가 중국산으로 교체되기 일수다. 최근 경기침체로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중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믿을 만한 거래처가 없는데다 품질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피해를 입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피아노 중고상들은 제3국 생산이 일반화된 지난 2000년대 제품보다 국내 생산제품의 품질이 더 좋다고 소비자들을 꾀어 신제품보다도 더 비싼 가격에 중고제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20년 이상 된 피아노는 부품이 다 닳아 내부를 갈아 끼우지 않으면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이 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가전제품 중고시장에서도 껍데기만 유명브랜드인 제품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외관은 그럴싸하다 보니 내부부품을 제대로 구분해낼 수 없는 소비자들로서는 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기 마련이다. 중고제품 구매는 쓸모가 없어진 제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친환경 활동이자 합리적인 소비패턴으로 적극 권장돼야 한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노리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부 상인들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좋은 의도로 지갑을 열었던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중고시장이 합리적 소비채널로 자리잡자면 상인들 스스로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명품선호 현상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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