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9일 조선일보·마이니치 신문(일본)·더 타임스(영국)와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은 그것이 한국을 소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기지만 (나는) 한 점도 염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는 "오바마 당선자는 남북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 의견을 아마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한미가 (북핵 문제에 대해) 서로 충분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현재 국정을 돌보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고 있다"면서 "나는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진정으로 북한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남북의 공동번영과 실질적이고 정직한 대화를 위해 김 위원장과 수시로 만날 용의가 있다. 내가 북한 국민과 북한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김 위원장도 아마 언젠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가 FTA 재개정을 요구할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는 "오바마가 당선된 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는 미국 산업의 척추(backbone)'라고 얘기한 것을 잘 이해하지만 취임 후가 되면 많은 점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면서 "결과적으로 (의회에서) 통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와 부시 정권의 차이가 뭐고 한미, 일미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미국은 민주당 정권이든 공화당 정권이든 대외전략은 상당부분 미국 국익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오바마와 (지난 7일) 통화할 때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서 아시아 평화를 유지하는 데 초석이 되도록 하자고 본인이 먼저 강하게 말한 것으로 봐서는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는 변함이 없고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가 (나와) 전화 한 통화하기 위해 (현대 CEO 이력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연구한 것을 보면, 아시아적 배려가 많다. 오바마는 성장할 때 아시아에서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아시아인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우리 생애에 처음 맞는 세계적 경제 위기이므로, 우리 힘만으로는 좋아질 수 없다"면서도 "IMF 때와 같이 직접적인 외환위기를 당하진 않았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팀 교체에 대해선 "국제공조 무대에서 얼굴이 너무 자주 바뀌어선 안 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10년 전 한국민이 많은 희생을 감내했는데, 이번엔 어떤 희생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10년 전엔 기존 일자리 150만개가 갑자기 없어지는 비극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늘어날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것이니, 희생의 내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자신은 내년이 지나면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지도자가 너무 낙관했다가 실망을 주면 안 되니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