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북핵 올가미’에 갇혀버렸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상큼한 오름세로 시작된 주식시장은 9일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풍낙엽과 같은 충격파를 받았다. 기업실적 개선과 국제유가 하락, 글로벌 경기연착륙 기대감 등 4ㆍ4분기 시장에 훈풍을 야기할 것으로 기대됐던 온갖 호재들이 순식간에 날아간 것은 물론 추가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미국의 공식입장이 발표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시장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수와 기관의 견조한 매수세가 시장의 비관론에 맞서고 있지만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해질 경우 주가지수 1,200선 붕괴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악령이 되살아나며 한국 증시의 차별적인 급락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공은 주변국으로 넘어갔다=북한의 핵실험 자체에 대한 충격이 이날 증시 폭락을 유발했다면 앞으로의 시장 동향은 전적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날 장중에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공교롭게도 일본과 대만 등 주변 증시가 모두 휴장이었기 때문에 관련국의 입장이 명확해지기까지는 증시 조정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양경식 대신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의 대응이 관건”이라며 “미국과 북한간 협상이 열린다면 1,300선이 지켜질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낸다면 1,280선 정도에서 조정이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나 국제연합(UN) 차원의 제재 결의 등이 맞물린다면 1,200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10월 징크스’ 재연 가능성=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등의 대응에 따라 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극도로 불안정상 상황에서 “증시 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가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일단 1차 방어선은 1,300, 2차 방어선은 1,250~1,260선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사안 자체가 돌발변수이다 보니 조정의 폭과 기간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는 “북핵 문제가 예상 가능한 범위로 들어올 때까지 시장은 펀더멘털 요인의 반영도가 낮아지면서 불안정성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주 중반 이후 저점형성을 모색해도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가 북핵 문제에 대한 내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1,280~1,300을 바닥으로 10월 한달간 조정장을 거쳐 11월부터는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10월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경우도 적지않지만 블랙먼데이 등 대폭락장세가 많아 ‘징크스의 달’로 불린다며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우리 증시에 그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개인 투매 속 외국인은 저가매수…섣부른 대응 자제해야=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장세에서 그나마 시장에 위안이 되는 것은 외국인들이 이날 대거 순매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이날 4,76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000억원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것은 지난 4월11일 이후 처음이다.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리서치헤드는 “주변국들의 대북 경제제재 악재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이라며 “외국인들이 지금까지 한국 주식보유 비중을 많이 줄인 상황에서 더 이상 추가 하락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판 투자주체는 개인들뿐이며 외국인과 기관은 견조한 매수세를 이어갔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개인의 투매가 나타났지만 이는 손실을 키울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반등 후 매도를 시도하거나 저점 매수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