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 車 산별교섭의 '덫'에 걸리나] <상>먹구름 드리워진 평화무드

정치문제 부상… 노사 해빙무드 "위기"<br>금속노조 "비정규직 해결하라" 압박, 임단협 갈수록 꼬여<br>파업등 상황악화땐 국내외 각종 악재겹쳐 경영악화 가속 우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과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산별교섭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파업을 무기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정치적인 이슈까지 수용하도록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고유가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일부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산별교섭을 빌미로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앞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영이 더욱 악회될 수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노동계의 산별교섭이라는 무리한 요구 때문에 지난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로 어렵게 조성된 화해 무드가 1년 만에 깨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서울경제는 '한국車 산별교섭의 덫에 걸리나' 라는 제목의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산별교섭의 문제점과 정치 수단으로 변질되는 노동운동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노사화합의 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어닝 서프라이즈” 지난 1월24일 현대자동차 2007년 경영실적 발표 직후 각 증권사들이 앞 다퉈 내놓은 보고서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영업이익은 1조8,1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3년 만에 6%대로 복귀했다. 매출은 30조5,000억원을 기록, 창사 이후 처음으로 30조원대를 돌파했다.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에 시장 관계자들은 모두 감탄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축제 무드는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빠른 속도로 싸늘하게 식었다.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진 노사 간 해빙 무드가 산별교섭이라는 뜻밖의 암초 때문에 산산이 깨질 위기를 맞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책을 표방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위기 의식을 느낀 노동계는 산별교섭이라는 수단으로 투쟁 동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노동계가 우리나라 간판 제조업체인 현대차와의 산별교섭 성사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 결과가 국내 노사관계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조합원 수는 4만4,000여명.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수의 약 30%를 차지한다. 조합원 범위를 현대차 그룹으로 확대하면 50%, 협력업체 조합원까지 포함할 경우 70% 이상이다. 금속노조 교섭의 ‘키’를 현대차가 쥐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현대차의 노사 관계는 자동차 업체의 특성상 일관생산체제(컨베이어 시스템)로 파업이 용이할 뿐 아니라 그 효과가 크다. 산업 연관성 및 그 파급력 또한 엄청나다. 문제는 금속노조가 제시하고 있는 ‘정치성’ 협상 의제를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물론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책임인정 등은 개별 기업 단위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특히 금속노조는 기업들의 해외투자도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업장에서의 임금협상 범주를 넘어서는 산별교섭이 가세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임단협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이상현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현대차 노사 협상에서 주간2교대 등 내부 쟁점은 타협점을 찾기에 어렵지 않아 보인다”며 “그러나 정치적 이슈가 파업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이 도요타의 60% 수준에 불과한 현대차가 글로벌 리딩 자동차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 간의 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차 노사는 우선 산별교섭의‘덫’을 넘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 간 타협을 강조해온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는 “지난해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타협은 양측이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결과물 이었을 것”이라며 “현대차 노사관계가 연속성을 갖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지 여부는 전적으로 올해 상황에 연동돼 있다”고 평가했다. 소모적인 줄다리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사 화합’의 원년을 선언하는 것이 올해 현대차 노사에 주어진 과제라는 의미다.
■ "지난해 무분규 타결… 실적개선 이어져"
지난해 경영실적은 환율하락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이 같은 어닝서프라이즈를 만들어 낸 동력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현대차의 원가 절감과 신흥시장 진출 전략 등을 꼽는다. 물론 이런 전략적인 요인도 현대차 실적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대차 실적개선의 결정적인 요인은 10년 만에 이뤄진 임단협 무분규 타결이라는 것이 현대차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만성적인 노사 분규가 사라지면서 생산성 향상→실적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노사 안정 분위기는 올 1ㆍ4분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1ㆍ4분기에 국내외에서 71만2,500여대를 팔아 5,2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역대 1ㆍ4분기 실적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지속적인 판매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높은 품질력, 우수한 상품력과 더불어 노사 안정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이 투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실적 증대와 함께 노사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협상-결렬-파업-타결’의 고질적인 악순환 고리가 끊어진 것. 당시 현대차 노사는 협상 결렬, 쟁의행위 가결 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로 대화를 계속해 신뢰를 쌓으면서 소모적인 대립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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