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고전 중인 독일에서 나찌 등장을 불러온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재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이날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가 전후 최악인 5~6% 선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실업률 확대로 5월1일 노동절에는 약 1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설 전망이다.
FT는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논쟁의 주제는 이번 침체기가 아니라 80년 전 몰락한 바이마르 공화국"이라고 말했다. 양 시기를 비교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식상한 주제이지만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다.
당시 독일은 전후 복구를 위해 통화량을 늘리는 재정적자 정책을 구사하다 극심한 인플레에 직면, 공화국의 몰락과 나찌의 부상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슈피겔 지 역시 "1929년과 2009년, 역사는 반복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 논쟁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FT는 이번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아니라 내달 대선을 앞둔 정가로 판단된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실업자 수는 내년께 500만 명을 넘어서리라는 전망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응답자는 32%, 아직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45%였다.
게지네 슈반 사민당 대선 후보는 "국민들이 매우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2~3개월 안에 분노가 폭발하는 모습이 상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두려움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현실과 아무 관계 없는 전망"이라고 노기를 드러냈다.
FT는 "1930년대는 현 독일 정치에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독일 정치인들의 가장 큰 공포는 밤에 잠이 들었다가 바이마르 시대에 깨어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FT는 1930년대 독일 최대 은행인 다나트의 몰락 및 이번 위기의 히포레알에스타테(HRE) 국유화 사례 등을 들어 양 시대가 유사한 부분도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현재 독일 정가는 의석의 절반 이상이 반 바이마르파였던 당시와는 매우 다르며, 우파와 좌파 모두 공산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구조 역시 유동적이지 않아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