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20일] "집을 언제 사야 하나요?"

"지금 집을 사도 되나요?" "집을 언제 사야 하나요?"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다. 십여년 전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왔으니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택시장 침체는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상황을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주택정책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주택 구입 시기에 대한 현명한 질문에 우둔한 답변을 하자면 집값이 오르기 직전에 사라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답변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이 집을 사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미래의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주택을 임차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사실 주택을 소유하는 데는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주거 안정이라는 편익의 대가로 주택의 유지ㆍ관리에 따른 금전적 및 정신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가계자산의 큰 몫을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에 묶어놓아야 한다는 기회비용도 적지 않다. 이를 상회하는 자산가치 상승이 예상돼야만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소화되고 주택 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버블 붕괴에 따른 주택가격 폭락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공급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과거와 같은 주택가격 급등현상은 없을 듯하다. 지역적인 등락은 있을지언정 추세적으로는 가격 안정기에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정책적으로 가격 상승만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는 지났으며 이제는 자산 디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가계자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에 넣고 있는 중산층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이들의 노후 대비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변해야 한다. 쏟아져나올 기존 및 신규 매물을 구입해 임대수요를 충족시켜줄 여력이 있는 계층이다. 구매력 있는 다주택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런 시기가 도래한다면 집을 살 것인가, 임차할 것인가는 시기보다 취향의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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