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유아 및 초등 사교육 백태<br>맞벌이 가정 많아 수요 부채질<br>영어에서 체육까지 '수퍼맨 만들기'<br>초등 입학전 교육비 대졸초임 수준
| 한 영어 유치원에서 외국인 강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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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입학 전 코스로 놀이학교에 다니는 유아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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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들이 유아용품점에서 자녀들과 학습도구를 살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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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귀국 후 한국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을 또한번 거론하며 미국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우리의 자녀 교육열이 한국 부모들에겐 '굴레'가 된 지 오래다. 특수목적고나 대학 입시를 겨냥한 중ㆍ고등학생이 주타깃이었던 사교육 시장은 최근 몇 년새 초등학생은 물론 취학 전 유아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아 사교육 연령은 갈수록 어려지는 추세다. 예전엔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이 유일한 사교육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출생과 동시에 가정에서 각종 학습도구를 활용한 교육이 시작되고 돌이 지나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유아 신체교육, 만 3세가 되면 놀이학교, 만 5세가 되면 영어 유치원 입학의 코스를 거친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는 그룹 과외나 학원을 통해 독서교실, 한자 등을 시작하기도 하는데 이는 갈수록 강화되는 논술 시험에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중산층 가정에서는 유아나 초등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비용을 들여 어떤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지 알아봤다.
◇월 10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은 필수 코스
박찬호 선수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성수동 H아파트에 거주하는 차주영(33ㆍ이하 가명) 씨는 내년이면 만 5세가 되는 아들을 위해 영어유치원을 알아보고 있다.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해서는 영어유치원 재학 경험이 필수라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3~4살 때는 독일식 교육을 한다는 유아전문학교(아이잼)에 보냈고 간간히 '차범근 축구 교실'과 청담동 '키스12(kis12ㆍ차인표와 신애라 씨부부가 운영하는 놀이학교)'도 보냈다.
현재 아들 교육비로만 월 100만원 이상 들어가고 영어유치원까지 보내면 비용은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 씨는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아까울 게 없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민서정(34) 씨는 올해부터 5살짜리 딸 아이를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 드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여기에 프뢰벨(유아교재), 스포츠 체육, 수영, 한자 등까지 따지면 딸 교육비만 300만원 정도 지출된다.
민 씨는 "중산층 가정의 육아 부담은 비용적인 측면도 크지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확대된 상황에서 엄마들이 아이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비용 손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문대 출신의 민 씨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둔 케이스다.
부동산 재테크를 위해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이주영(37) 씨는 내년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 아들에게 생후 6개월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의 베이비 마사지를 비롯해 음악(유리드믹스, 뮤직가튼 등)과 창의력(헤드스타트) 수업을 단계별로 해왔다.
4세부터 첫 달에만 200만원(입학금 포함)에 3~6개월마다 선납 결제를 하는 유치원에 다녔으며 현재 월 10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경기도 동탄에 사는 송민주(32)씨는 최근 4살짜리 딸 아이 교육을 위해 어린이집을 찾아보다가 영어유치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어릴 때부터 원어민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우면 학습 효과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
영어유치원의 경우 교육비에 셔틀버스비 간식비 등을 합치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든다. 전업주부인 송 씨는 "남편이나 주변 어른들은 아직 어린 아이에게 큰 돈을 교육비로 써야하냐며 반대하지만 새 학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더 설득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영어 유치원은 현행 유아교육법상 정식 유치원은 아니지만(유아전용 어학원으로 분류) 4~5년 전부터 취학 전 아동교육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0월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교육비는 72만원으로 일반 유치원 교육비(24만원)에 비해 3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시ㆍ도별 영어유치원 비용은 서울이 월 평균 98만원으로 가장 높고 이어 충남(65만원), 부산(60만원), 경기(56만원) 순이었다.
◇'만능' 원하는 초등 사교육
서울 안암동에 사는 정미영(35) 씨 부부는 최근 딸아이가 사립 초등학교 입학 추첨에서 선발됐다. 맞벌이라 아이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긴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한 것.
사립 초등학교 학비는 분기별 150만원이며 여기에 스쿨버스 통학비, 방과후 수업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으로는 웬만한 대학 등록금 수준이다.
정 씨는 "공립학교보다 비용이 훨씬 더 들지만 직장에 다니다 보니 학교에 찾아가야 하는 부담도 적고 아이 인맥에도 좋을 것 같아 사립학교로 정했다"고 말했다.
사립초등학교에 다닌다고 사교육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정아(36) 씨는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방과후 학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중구 신당동에 사는 김 씨는 영어 학원 이외에 압구정동에서 유명한 '사고력 수학' 학원을 보내려고 했으나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아 하는수 없이 동네 사고력 수학 학원을 선택했다.
김 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다 배운다고 하니 우리 애만 안 가르칠 수도 없다"며 "축구교실은 다행히 다른 엄마가 차를 태워줘 보낼수 있는데 사고력 수학은 셔틀버스도 안되고 직접 데리고 다닐 수도 없어 한동안 맘고생하다 동네 학원으로 보냈다"며 워킹 맘의 고충을 털어놨다.
일반 공립초등학교에 다니는 경우 사교육의 강도는 훨씬 세다. 서울 개포동에 사는 주부 이지현(37) 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월 300만원 이상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아들의 논술, 수학, 영어 과외선생님을 따로 둬 각각 70만원씩 지출되고 아이스하키 교습 비용도 20만원 정도 든다. 이밖에 리더십 함양을 위한 마인드맵 교습 15만원, 구술면접을 위한 초등철학 교습 10만원, 바이올린과 플루트 개인 교습에 각각 25만원씩 들어간다.
경기도 평촌에 살고 있는 김민정(36) 씨는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인 두 딸을 두고 있다. 남편이 대형 통신업체에 근무해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자녀 교육비로 쓴다.
큰 딸에겐 초등논술교재 플라톤 5만 4,000원, 해법수학 12만원, 메이플베어영어 22만원, 미술 7만 5,000원, 오르다(게임용 교구) 7만 5,000원, 플루트 16만원, 와이즈만 과학 10만원, 개인 레슨 수영 25만원, 피아노 12만원 등 총 109만 9,000원이 든다. 둘째 딸도 미술 7만5,000원, 영어 6만원, 오르다 7만 5,000원, 피아노 10만원, 개인레슨수영 25만원, 밸리댄스 3만원, 종이접기 3만 5,000원 등 62만 5,000원이 든다.
김 씨는 "내가 유치원 교사 출신이라 고액이 아닌, 정말 필요한 것만 골라서 하는데도 종류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교육에 돌입
생후 10개월짜리 아들을 둔 경기도 분당의 김하나(30)씨는 "요즘 강남과 분당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사교육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김 씨의 경우 아이가 아직 어려 놀이학교나 유치원에 보내지는 않지만 대신 한 세트 가격이 100만원 가량인 프뢰벨 전집 두 세트를 구입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현대사회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엄마들은 혹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뒤쳐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심리가 있어 사교육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영어음악학원 모집대상 연령은 생후 12개월부터다. 이 학원은 "영아에게 영어 노래를 들려주면 영어에 친숙해져 나중에 더 잘 배울 것"이라며 부모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영어학원은 생후 18개월부터 그림책과 카드 등을 이용해 부모와 함께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강 대상이 생후 18개월인 수학학원도 말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유아에게 다양한 교구를 사용해 수, 도형, 공간 등의 개념을 알려주면 효과가 탁월하다고 선전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들은 자녀 교육비나 양육비 때문에 결혼 자체가 겁이 난다고 하소연한다. 저출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자녀 1명을 교육시키는데 1억원 정도 든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6,78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2007년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ㆍ복지실태'에 따르면 자녀 1명이 대학 졸업 때까지 드는 교육비(사교육ㆍ공교육 총괄)는 8,610만원으로 집계됐다. 교육비가 연 5%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올해 기준으로는 9,967만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