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란 현실화 조짐… 실태와 전망

◎「기아쇼크」로 불안감 극에 달했다/한은개입 발표도 역부족/「조기수습」없인 지속 우려기아그룹 사태의 파장이 서서히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상오 갑자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자 금융계는 기아사태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우려했던 금융대란설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에 즉각 개입, 시장의 혼란을 막아보려 했으나 불안심리를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자금 및 채권시장=금융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조달난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제2금융권의 자금난, 4단계 금리자유화에 따른 금융권내의 심상치 않은 자금이동 등으로 금융시장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기아사태의 해결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채권금융기관, 기아그룹간 협상의 난맥상 등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18일 자금시장에서는 하루짜리 콜금리는 한때 연 13.60%포인트까지 치솟아 전일보다 0.47%포인트 올랐다. 한은이 이날 아침 일찍 역RP(환매조건부 국공채매매)를 통해 5천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콜자금 공급기관인 은행신탁이 제2금융권에 대한 콜론을 줄이는 대신 은행고유계정에 대한 콜 직거래(일명 브리지거래)를 늘림에 따라 제2금융권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기관은 기업체를 동원, 은행으로부터 당좌대출을 일으킨후 자금을 예치토록 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7대 시중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당좌대출 기준금리는 연14.00%를 기록, 지난 5월13일 14.01%를 기록한 이래 3개월여만에 다시 14%대로 올라섰다. 3개월물 CP(기업어음)수익률도 추석을 앞두고 일부 대기업들의 CP발행수요가 늘면서 CP유통수익률은 전일보다 0.65%포인트나 급등한 연 13.65%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날 발행물량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자금시장의 불안감이 그대로 반영돼 거래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은행보증 회사채수익률이 연 12.25%내외로 호가됐으나 시장분위기상 체감수익률은 이보다 0.1%포인트 가량 더 높다는게 채권브로커들의 평가다. 이같은 장단기금리의 급등은 금융시장에 흐르고 있는 극심한 불안심리 때문이라는게 시장참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결정적 요인인 기아문제와 관련, 그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데 금융당국과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이 있다. ◇외환시장=최근 4개월이상 달러당 8백90∼8백95원선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이 갑자기 급등하고 있다. 18일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이날의 기준율보다 무려 3원80전이나 오른 8백99원을 기록, 외환당국이 굳게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던 달러당 8백95원선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일부 관계자들은 곧 달러당 9백원선에 진입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외환시장의 달러화 부족물량이 5억달러에 달하는게 환율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합적인 요인이 드러난다. 우선 동남아의 외환위기 파장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외환당국이 여러차례 『동남아와 우리는 다르다』고 외쳐왔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을 억누르기엔 역부족이다. 실제 이날 하루동안에만 홍콩달러화의 가치가 2.5%나 폭락, 외환시장 관계자들을 긴장케했다. 우리보다 경제여건이 낫다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조차 헤지펀드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허무하게 무너짐에 따라 『원화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심리가 팽배해진 것. 최근 시중은행과 종금사들의 국제신용도가 하락, 외화자금 차입이 어려워진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종금사의 외화자금 사정이 너무 나쁜 상황이다. 또 지난달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적정수준인 3백70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3백37억달러에 머물러 환율상승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되고있다. 외환보유액 증대가 시급한 상황에서 무작정 환율상승 억제를 위해 달러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손동영·김상석 기자>

관련기사



김상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