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내게도 로망이… '직장인 밴드 열풍'

프로 뺨치는 아마추어 수두룩




내게도 로망이… '직장인 밴드 열풍' [리빙 앤 조이] 프로 뺨치는 아마추어 수두룩 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관련기사 >>리빙 앤 조이 기사 더보기 • 내게도 로망이… '직장인 밴드 열풍' • 직장인 밴드, 전사적 지원 사례 많아 • 추천할만한 연습곡들 • SBS 콘테스트 1위 비추미 "앨범도 낼 생각" • 개성관광, 병풍같은 박연폭포엔… • 빛 바랜 사진 같은 개성의 풍광들 • 자신감 넘치는 정력은 성공의 '바로미터' • 겨울만 되면 허물 벗는 손 어찌하오리까? • 맛이면 맛, 영양이면 영양… 웰빙 육류 列傳 김 부장의 이미지가 확 달라졌습니다. 깐깐하고 근엄해보이는 외모 때문에 항상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던 그가 갑자기 사내 직원들에게 최고 인기 부장으로 떠올랐습니다. 창사 50주년 행사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나서부터입니다. 30대 후배 직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그의 정열적인 모습은 사무실에서의 권위적인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구슬땀이 흐르는 대머리도 그렇게 멋지게 보일 수 없었습니다. 베이스를 칠 때마다 출렁대는 뱃살도 이 날 만큼은 섹시해보였습니다. 그날부터 '깐깐한 김 부장'은 '쿨 가이'(Cool guy) 김 부장으로 통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김 부장 이야기는 제가 취재하면서 들은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내용입니다. 최근 이 처럼 뒤늦게 밴드 활동에 나서는 아저씨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화 '즐거운 인생',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이 소개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주5일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2002년 경부터 그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2,000개 정도의 직장인 밴드가 있다고 하니 그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직업도 다양합니다. 매주 토요일 '우리는 직장인 밴드다'라는 코너를 소개하고 있는 SBS '김창렬의 올드스쿨'의 이윤경 PD는 "자장면 배달부 부터 의사까지 다양하다"며 "얼마 전에는 직장인 밴드 멤버의 부인들이 결성한 마마밴드와 아이들이 모여 만든 키즈밴드가 출연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에서는 직장인 밴드의 꿈을 가지고 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밴드를 조직하는 것에서부터 무대 위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직접 공연을 하는 방법까지 '주경야락(晝耕夜樂)'의 ABC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SBS 직장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삼성생명의 '비추미밴드'를 만나 그들에게 직장인 밴드 활동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또한 처음 직장인 밴드를 시작하는 입문자들이 연습하기에 적당한 곡들도 추려봤습니다. 아직도 할까 말까 고민하십니까. 잊지 마십시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할 뿐 아니라 '즐거운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전국 직장인밴드 2,000여개 안팎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당신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20대에 꿈꾸던 바를 이루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직장 일만으로도 버거운데 악기를 배우고 시간 맞춰 모여 합주 연습까지 한다는 게 사치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전국에 산재한 약 2,000개의 직장인밴드에서 활동하는 멤버들도 사정이 다르진 않다. 그들도 넘치는 회사 업무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야근도 하고 가끔 주말 근무도 한다. 그들도 처음 악기를 잡기 전엔 당신과 같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그들은 저질렀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머스트 해브(Must Have) 용기!’ 얼마 전 만난 크라잉넛은 밴드 활동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용기가 관건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악기를 처음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과감히 기타를 잡을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로큰롤은 원래 무모한 것”이라고. 90년대 중반 신촌블루스라는 밴드에서 리드기타를 연주하다 지금은 프리버드 뮤직스쿨(www.studymusic.co.kr)에서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 김병호 씨도 같은 조언을 했다. “직장인밴드 활동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겁내지 않는 것”이라며 “취미 활동으로 하는 것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어차피 프로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음악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해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 이제 마음을 굳혔다면 당장 음악학원을 찾아가자. 독학으로도 배울 수 있지만 처음 악기를 배울 때에는 학원에서 배우는 게 좋다. 독학을 할 경우, 삼천포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학원 수업이라고 해야 일주일에 한두 시간 배우는 게 고작이지만 입문자들이 기본을 탄탄히 갖추는 데에는 학원 수업을 듣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인디밴드의 주무대인 서울 홍대, 신촌 일대에만 약 20개의 실용음악학원이 몰려있다. 단, 이 중에는 실용음악과 지원자를 위한 입시전문학원도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등록해야 한다. 학원을 다닌다고 저절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늘고 안 늘고는 개인 연습에 달렸다. 수업은 연습한 것을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숙제 검사에 지나지 않는다. 직장인밴드 멤버들은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후 3개월을 버티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사내밴드 ‘관광버스’의 기타리스트인 김석일(30) 씨는 “처음 악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에는 단순히 코드를 익혀야 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합주를 할만한 실력에 도달하게 되고 마침내 다른 파트와 합주를 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습할 시간을 확보하고자 매일 아침 1시간 일찍 출근해 회사가 마련해준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고, 점심시간에도 일찍 식사를 마친 후 연습실로 향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반열에 올랐으면 슬슬 밴드를 구성할 단계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밴드 멤버를 구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같은 직장 동료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주 만나서 함께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멤버를 구할 때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실력이 아니다. 열정이다. 직장인밴드는 프로 밴드가 아니다. 취미로 하는 거다. 실력 좀 있다고 합주에 자주 빠지는 멤버는 밴드 전체 분위기를 깨는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실력은 좀 처지더라도 열의 있는 멤버와 함께 하는 것이 팀 전체의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된다. 멤버가 짜여졌다면 이제 리더를 뽑을 차례다. 어떤 리더를 뽑느냐에 따라 밴드의 성패가 좌우된다. 역시 실력보다는 인성을 보고 뽑는 게 좋다. 여느 사회 조직과 마찬가지로 밴드 리더도 책임감과 포용력 등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뽑았으면 철저하게 리더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리더가 추구하는 방향이 자신의 취향과 약간 맞지 않더라도 따라줘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직장인밴드의 참 재미를 느낄 단계다. 개인 연습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한국관광공사 내 직장인밴드 ‘관광버스’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김도현(36) 씨는 “각 파트가 모여서 어우러져 나는 소리의 매력이야말로 오직 합주할 때에만 느낄 수 있는 묘미”라고 말했다. 직장인밴드 입문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연습할 공간을 찾는 것이다. 사실 서울에만 200개 정도의 합주실이 있는데도 대부분 간판이 없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뮬(www.mule.co.kr) 등 밴드 음악 전문 사이트를 찾아보면 합주실 정보가 잘 정리돼 있다. 합주실 이용 가격은 한 시간에 1만~2만원 정도다. 보통 밴드 멤버가 4~5명 정도니 3시간 정도 연습하는 데 1인당 1만원 정도면 연습할 수 있다. 연습곡은 멤버들이 좋아하면서 연주하기 쉬운 곡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B3 기사 참조) 악보는 인터뮤즈(www.intermuz.com)나 악보나라(www.akbonara.co.kr) 같은 악보 전문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합주 연습으로 어느 정도 레퍼토리가 생겼으면 공연을 기획을 해보자. 연주할 수 있는 곡이 4~5곡 정도 생기면 공연장을 대관하고 공연날짜를 잡아야 한다. 우승보 신촌 드림 스튜디오 합주실 사장은 “목적의식 없이 무턱대고 연습하는 것보다 공연 날짜를 정해놓고 연습하면 연습의 밀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첫 공연부터 단독공연을 하는 것은 무리다. 3~4팀 정도가 합동공연을 하는 게 좋다. 그럴 경우, 대관료도 분담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줄고, 무엇보다 서로 경쟁심이 생겨 연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동력이 된다. 요즘엔 실용음악학원이나 합주실에서 공연을 원하는 직장인밴드를 위해 공연을 대행해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홍대 근처에 위치한 타 뮤직스쿨은 라이브클럽까지 가지고 있어 수강생 중 실력을 갖춘 밴드에게 클럽 공연의 기회를 주고 있다. 신촌 드림 스튜디오 합주실도 지난 12월 직장인밴드 4팀을 연합해 공연을 가졌다. 보통 홍대 앞 소규모 공연장의 대관료는 하루에 80만~100만원 정도. 만약 4팀이 공연할 경우, 한 팀에 20만~25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 1인당 4만~5만원 정도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공연 티켓을 판매할 경우엔 오히려 돈이 남는 경우도 있다. 우승보 사장은 “직장인밴드 공연에는 웬만한 홍대 클럽 공연보다 더 많은 관객이 온다”며 “지난해 말 직장인밴드 합동공연을 했는데 각 회사 직원들이 모여 공연장이 꽉 찰 정도였고 반응도 뜨거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근에는 직장인밴드가 디지털 음원이나 음반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매주 토요일 ‘우리는 직장인밴드다’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SBS 파워 FM ‘김창렬의 올드스쿨’의 이윤경 PD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팀 중 치과의사 밴드인 ‘28스’와 ‘레몬밴드’ 등은 디지털 싱글까지 발표했다”며 “다른 팀들 중에도 음반을 내도 될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춘 팀들이 많다”고 말했다. 라이브클럽과 레코드레이블을 소유하고 있는 뮤직스쿨 타의 손준호 실장은 “요즘 직장인밴드의 실력을 보면 프로 밴드 못지않은 경우가 많다”며 “올해엔 실력을 갖춘 직장인밴드의 곡을 모아 음반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8/01/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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