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초보 벤처사장의 창업일기] (11)기자도 사람이다, 들이대면 通한다


100년 전에는 미국에서도 여성의 흡연은 금기시됐습니다. 담배란 남성의 전유물.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끽연을 즐기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상식은 깨지라고 있는 법. ‘PR(Public Relations)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나타난 뒤 세상은 변했습니다. 젊은 여성의 손가락에 물린 담배는 관능의 상징이 됐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1920년대 후반 미국의 한 담배회사는 판매량을 늘리려고 홍보 전략가를 고용했습니다. 홍보 전문가는 유명 여배우와 모델들에게 당당한 자태로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게 하는 이벤트를 벌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던 당시 여성들은 흡연을 여권 신장의 상징으로 여기고 담배를 입에 물기 시작했습니다.


천재 전략가가 바로 앞서 언급한 에드워드 버네이스(1891-1995)입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인 버네이스는 홍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여론을 움직이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 중요성을 옹호했습니다.

그가 현대적인 PR의 기본 개념을 정립한 셈입니다. PR 전략은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정교해지고 확산돼 오늘날에 이릅니다. 이번 주에는 벤처기업을 위한 언론 PR 전략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할까 합니다.

◇언론은 ‘난로(煖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제가 언론 홍보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1년 동안 신문사 취재 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적어도 언론사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원하고 어떤 보도자료(報道資料)를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많은 창업기업의 대표들은 언론을 상대하고 취재에 응하는 게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당연합니다. 경영자로서 언론을 상대하는 것은 회사를 운영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기자의 기사 한 줄이 회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바이어와 투자자를 만나게도 합니다. 어느 경제신문 산업면에 단신으로 짤막하게 실린 기사를 보고 큰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다는 중소기업 사장님도 있습니다.

한 벤처 사업가는 “언론을 상대하기 전에 너무 긴장해 전날에는 잠도 못 잤다”면서 “정작 할 말은 많았는데 두서없이 횡설수설한 것 같아 속상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적당히 긴장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너무 경직된 나머지 제대로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짓입니다. 언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묻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자와 언론을 ‘난로(煖爐)’라고 생각하라고. 무슨 이야기냐고요? 추운 겨울날 너른 들판 한가운데 난로를 켜뒀다고 가정해 봅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어떨까요? 몸이 얼어 동상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화상을 입겠지요. 언론이 바로 그런 난로와 같은 존재입니다. 너무 먼 곳에 있으면 춥고, 또 너무 붙어있으면 열기에 화상을 입는 것.

기자들을 상대할 때 그런 마음으로 대하는 게 좋습니다. 언론을 너무 피하는 것도 미련한 일이지만,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허물없이 대했다가는 뜻하지 않은 ‘화상’을 당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입니다. 크게 기업을 하던 A사 대표는 오랫동안 알게 된 기자와 호형호제 사이로 지냈습니다. 친 동생처럼 여기며 속내 말을 다했는데 취중에 그만 거래처인 대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이야기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술이 깬 뒤에 걱정이 되어 기자에게 함구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며칠 뒤 기사는 보도됐습니다. 담당 데스크에게 보고를 했는데 언론사 측에서 ‘특종’이라면서 기사화 시킨 것입니다. 기자 역시 한 조직의 구성원이며 월급을 받는 입장입니다. 또한 편집(보도) 국장과 담당 데스크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업체 대표가 대기업의 영업 비밀을 누설했으니 그 파장이 어떠했겠습니까? 거래처와 모든 관계가 끝나고 회사는 타격을 입고 부도위기까지 몰렸다고 합니다. 언론사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특종을 잡는 것입니다. 그러한 욕심은 기자들 모두에게 있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뉴스를 마다할 기자는 없습니다. 모든 기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언론은 특종을 먹고 사는 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기사에 목말라합니다. 한 번의 말실수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멀리할 것도 아니지만,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한마디로 ‘난로’라는 점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보도자료엔 지켜야할 ‘금기사항’이 있다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데 광고만큼 직접적이고 효과가 빠른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돈이 없습니다. 광고에 쏟을 돈이 있으면 그것은 초기 기업이 아닙니다. 여력이 없는데 광고를 많이 하면 망합니다. 게다가 광고를 한다고 한들 아주 적게 제한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효과는 높지 않습니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다. 뉴스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벤처기업에게는 광고보다는 뉴스거리나 화젯거리, 혹은 믿을 만한 관심거리를 만들어 미디어에 제공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회사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뉴스로 만들어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가 보도하도록 유도해 보면 어떨까요. 말처럼 쉽지 않다고요? 당연합니다. 주요 언론사의 수는 제한적이고 홍보하려는 업체는 많은 탓입니다.


어떻게 해야 언론에 잘 노출될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들은 늘 기사거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경쟁 언론사에서 미처 찾지 못한 뉴스를 발굴하길 원합니다. 초보 사장은 이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이 얼마나 신선하고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힌트를 드릴까요? 자신의 서비스와 유사한 브랜드나 경쟁업체에 대한 기사를 검색만 해봐도 분위기를 알게 됩니다. 적어도 업계 트렌드와 주요 이슈를 숙지하고 있으면 후속 기사 아이템을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마땅한 아이템을 정했으면 이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담당 기자 리스트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보도자료 작성에서 성패가 엇갈립니다. 아무리 벤처라지만 보도자료 작성에도 기본은 지켜야 합니다. 자신이 홍보하고자 하는 내용을 기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관심을 끌 수 없는 것. 팁을 드리면 간결하게 작성하고 자료와 사진 등을 풍부하게 제공하되 지나치게 자화자찬식의 홍보문구는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담담하게 있는 사실 위주로 객관적으로 적는 좋습니다. 당연히 ‘전 세계 사용자들이 극찬할 가공할 위력의 고품질 제품이 나왔다’는 식의 낯부끄러운 미사여구는 금물입니다. 보도자료 작성할 때 하지 말아야할 금기사항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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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새로운 사실이 없는 단순한 기업, 기관 소개 정보

② 공공의 목적 없이 제3자를 비방하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 재산과 명예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는 보도자료

③ 과장, 왜곡되었다고 판단되는 보도자료

④ 범죄행위에 관련된다고 판단되거나 음란물 등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등 정보

⑤ 타인의 지적재산권 등 기타 권리를 침해하는 보도자료 등 정보

⑥ 해상도가 낮거나 사진이 언론매체가 쓰기에는 품질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사진, 영상

⑦ 문법적으로 틀리거나 6하 원칙에 따라 정확한 내용을 담지 않은 보도자료 등 정보

⑧ 이미 언론에 배포돼 발표시점이 지난 보도자료 등 정보

특히 8번에 주목해야 합니다. 뉴스는 말 그대로 새로운 것, 'News'입니다. 보도자료가 작성됐으면 이제 배포가 남습니다. 기자 리스트는 주변에서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수작업으로 매체를 선정해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언론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할 수 있고 기사 검색을 통해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자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담당 기자에게 메일을 전송하고 전화로 연락을 하면 됩니다. 모든 기자들이 반갑게 대해주진 않지만, 요즘은 언론사 기자들도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합니다. 매체 간의 경쟁이 심해져 취재원을 ‘관리’하는 셈입니다. 또한 그들도 사람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자주 연락을 취하다보면 취재원과 기자로 차츰 가까워집니다. 다만, 업계 정보와 분위기를 전달해주면 그 관계는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 홍보를 간단하게 설명하긴 참으로 어렵습니다. 허나 기본은 기자들도 기사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점입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대중들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 해야 그 선택은 오래 간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언론과 독자들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 해야’ 그 PR은 자생력을 얻고 오래 지속되는 것 아닐까요?

/안길수. 벤처사업가. (주)인사이트컴퍼니 대표. ce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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