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문가 리뷰] 시장을 창조한 기업들

에릭 요컴스탈러 지음, 살림출판사 펴냄<br>고객·제품 '낯설게' 보면 성공이 눈앞에…<br>예술분야 '낯설게하기' 기업경영에도입<br>익숙한 대상서 새로운 의미 찾아내<br>유니레버·P&G 마케팅·제품개발 큰 성과


▲유니레버의 남성 탈취제 액스(Ax)의 광고.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활용한 신선한 마케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부정함으로써 감상자에게 참신함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CEO들은 치열한 경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을 첫번째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자연 자신과 기업의 창의성 문제로 옮아가는데, 그래서인지 많은 CEO들이 부쩍 예술과 문학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감상하는 붐 역시 이런 맥락에서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란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는 달랑 파이프 하나가 그려져 있고, 그 밑에 불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화가가 이 그림을 그린 의도는 관객이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게 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모양만 파이프이지 실제로는 물뿌리개일수도 있고, 또 그림은 파이프의 표상일 뿐이지 파이프란 존재는 아니다. 이렇게 익숙한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을 일명 ‘낯설게 하기’ 효과라고 하는데,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를 연극에 적용해 ‘익숙한 대상에 대해 객관적 거리감을 갖고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19세기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상상력의 채찍으로 평범한 사물이 생소한 것인 양 떠오르게 하는 것’을 자기 시의 의도라고 했다. 예술에서의 ‘낯설게 하기’는 창의적인 경영과 제품개발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몇몇 기업은 시장과 고객, 제품을 낯설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가령 유니레버의 남성 탈취제인 ‘액스(Axe)’는 이 ‘낯설게 하기’라는 예술적 전략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 83%라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유니레버는 남성 탈취제가 ‘체취 제거’라는 관습에 얽매인 시각이 아니라, ‘페로몬’이라는 낯선 시각으로 바라봤다. 남성들이 탈취제를 사용하는 목적이 단순히 체취를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성에게 호감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유니레버는 탈취제를 ‘데이트 도우미’로 마케팅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시도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전략과 혁신에서도 이뤄졌다. P&G는 자사의 핵심역량인 R&D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담아내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이를 과감하게 아웃소싱했다. 심지어는 제휴를 통해 경쟁자에게 제품개발을 맡기는 혁신까지 단행했다. 이런 노력은 P&G의 제품군을 보다 시장 지향적이고 고객 우위의 것으로 만들어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낯설게 바라보기 위한 노력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25년간 기업 컨설팅을 해온 저자는 제품개발과 경영혁신에서 경영자들이 시장과 기업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갖기 위한 3단계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영어 제목(Hidden in plain sight)처럼 아무것도 감추는 게 없는 평원도 ‘낯설게 바라보기’를 한다면 새로운 광경을 찾을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경영자에게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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