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종로펌은 불안" 선입관, 기업들 외국에 의존 경향

■법률서비스 수지 사상최대 적자 원인은<br>해외기업 인수합병 추진때, 국내로펌 '주도역할' 못해<br>대부분 송무분야만 안주 "경쟁력강화 소홀" 지적도



법률서비스 적자폭 확대는 국내 로펌들이 해가 갈수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ㆍ미, 한ㆍ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비준될 경우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이 가속화 될 전망이어서 '토종로펌'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국내 로펌 불신이 큰 벽= 국내 대형 로펌 몇 곳은 지금까지 외국 기업들을 대리하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외국 로펌 못지 않은 전문적인 법률자문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아웃바운드 딜(해외기업 인수합병)에서 항상 외국 로펌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우리 로펌에 대해 '불안하다'는 뿌리깊은 선입관을 갖고 있다 보니, 외국 로펌을 선호하는 경향이 굳어져 국내 로펌에 굳이'리드 카운슬(lead counselㆍ주도적으로 자문하는 변호사)'역할을 맡기기 않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2~3년간 국내 기업의 크고 작은 아웃바운드 딜은 10여건이 넘지만, 국내 로펌이 리드 카운슬 역할을 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2008년 법무법인 율촌의 윤희웅 변호사가 롯데제과가 유럽 벨기에의 초콜릿 제조사인 길리안을 인수한 것과, 이에 앞서 2007년 김앤장이 두산그룹의 미국 밥캣사 인수를 자문한 사례가 유일할 정도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이 '한국 로펌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막연한 선입관 때문에 해외 M&A를 할 때 외국 로펌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여전하다"며 "이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도 문제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도 따르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현지 로펌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사건을 맡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며 "우리나라 로펌에 맡기면 비용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는 데도, 뿌리깊은 선입관 때문에 막대한 국부만 유출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국내 기업들의 자국 로펌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국 로펌을 무조건 추종하고, 이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급하게 되고 국내 로펌은 일감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법률서비스 수지는 첫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4년 내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화ㆍ전문화 아직 멀었다" 지적도= 법률수지 적자는 로펌들이 국내용인 송무분야에만 안주한 나머지 스스로 경쟁력 강화에 소홀히 하다 보니,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의 외면을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대형 로펌의 경우 기업자문과 송무분야 매출 비중이 5대5나, 4대6 정도로 포트폴리오면에서는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10위권 안에 드는 한 로펌의 경우 송무분야가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등 여전히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모도 문제다. 로펌들이 대형화를 위해 다른 로펌과 합병을 추진하려 해도, 구조나 문화자체가 차이가 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에서도 로펌해산과 설립에 대한 규제를 많이 해소했지만, 1~10위권 로펌의 규모는 대부분 100~200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부동의 1위라는 김앤장의 변호사 수가 300명이 넘는 수준이지만, 세계 1위로펌인 영국계 '클리포드 찬스(Clifford Chance)'는 4,000여명에 달한다. 국내 법률시장 규모가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는 클리포드 찬스의 한해 매출보다 작은 규모이다 보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비(非)변호사들의 로펌 투자 및 경영확대를 통해 사업다각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변호사들로만 구성된 기존 로펌들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영미계 로펌과 비교할 때 국내 로펌은 막연한 불신 때문이 아니라, 드러나는 규모면에서 열악한 수준"이라며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도 잘 갖춰져 있어 비용대비 서비스가 만족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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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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