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호씨(39)와 이정수씨(40)는 입사 동기로 지난해 나란히 과장으로 진급했다. 두 사람의 연봉은 똑같이 5,500만원이었다. 올초 김씨는 237만원의 세금을 돌려 받아 새 차를 바꾸는데 보탰다. 하지만 이씨는 1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을 더 내는 바람에 연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간단한 데서 비롯됐다. 연말정산을 제대로 챙겼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세(稅)테크 시즌이 개막된다. 12월에 연말정산이 이뤄지지만 준비는 미래 해둬야 한다. 그래야 ‘13월의 보너스’라고 하는 세금환급 규모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무려 2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돌려받은 것도 꼼꼼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해 계획에 맞춘 소비를 생활화하고, 각종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도 절세형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반면 이씨는 주식형펀드와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 상품을 주로 가입하다 보니 절세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이씨는 최근 은행 프라이빗뱅커(PB)와의 상담에서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꾸면 상당액의 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각종 카드 영수증 등 소득공제 서류를 부지런히 챙기고,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저축과 보험상품에도 추가로 가입했다. 신한은행의 김은정 재테크팀장은 “소득공제는 미리미리 준비하면 얼마든지 절세가 가능한 합법적인 세(稅)테크지만 의외로 푼돈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마다 연말 정산의 기준이 바뀌는 만큼 새롭게 바뀐 세제에 맞춰 미리 준비해두면 보너스를 한번 더 받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 장마저축 '최고의 절세상품'
소득공제에 비과세까지
15년이상 주택대출 이자 최고1,000만원 소득공제
3자녀 이상땐 1명 늘때마다 100만원 추가 공제
보약·성형-유방확대수술 할 경우도 의료비 혜택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자가 다음해 1월분 급여를 받을 때 지난 1년간의 급여 총액에서 세법에 규정된 비과세 소득을 빼고 각종 소득공제액 및 세액공제액을 계산한 후 소득세액을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가리킨다. 회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12월말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그 다음 해 1월에 정산 결과에 따라 근로소득세를 더 내거나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기도 한다. ◇연말 정산 준비는 이렇게!=연말 정산을 통해 세금을 최소화하려면 장기주택마련저축, 연금저축 등 절세형 금융상품을 잘 활용해야 한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와 '노후자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이다. 연금저축에는 개인연금과 연금저축이 있다. 2000년 이전에 가입한 개인연금신탁ㆍ보험은 1년간 불입한 금액의 40%내에서 최고 71만원까지 공제된다. 2001년 이후 가입한 연금신탁ㆍ보험과 퇴직연금신탁은 1년간 불입액의 100% 내에서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만약 이 두 가지 상품에 모두 가입해 있다면 최고 372만원까지 소득 공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소득공제와 함께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 상품에 가입한 근로자는 1년간 불입한 금액의 40% 내에서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7년 이상 최고 50년까지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에 다른 상품보다 목돈 마련에 유리하다. 그래서 금융전문가들이 절세를 위해 가장 많이 추천한다. 장기주택저당차입금의 이자상환액 소득공제도 절세에 효과적인 항목으로 꼽힌다. 근로자가 국민주택을 구입하기위해 금융기관에서 본인 명의로 15년이상 장기주택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이자의 100% 내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연봉 3,500만원인 근로자가 7,000만원을 15년만기 5.5% 금리로 대출받았다면 최고 71만원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절세 효과를 극대화한 금융상품을 찾아라=연말정산을 통해 세금환급규모를 최대화하려면 지금부터 챙기고, 따지고, 부족한 것은 채워야 한다. 심연순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PB팀장은 "연금저축은 연간 300만원까지 불입한 금액 전액을 소득공제해주고, 장기주택마련저축도 연간 750만원까지 불입하면 40%인 3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두 상품을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면서 "만약 이들 상품을 한도까지 가입하지 않았다면 한도를 채워서 가입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똑 같은 100만원이라고 해도 선택하는 상품에 따라 돌려받는 세금이 달라진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100만원을 장기주택마련저축에 투자할 경우 40%인 40만원의 소득공제로 3만5,000원에서 15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지만 연금저축에 넣었을 경우 100%인 100만원을 소득공제받아 8만8,000원부터 38만5,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절세 규모에서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소득공제 효과는 소득이 클수록 더 크다. 예를 들어 300만원을 소득공제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과세표준이 2,000만원인 근로자는 56만원을 돌려받지만 과세표준이 8,000만원을 넘으면 115만원으로 2배 정도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올해 바뀌는 제도 꼼꼼히 파악해야=올해부터 바뀌는 제도를 미리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부터 소수자 추가공제가 폐지되는 대신 다자녀 추가공제가 신설됐다. 즉 자녀 2명까지는 50만원씩 공제되지만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에는 1명이 늘어날 때마다 100만원씩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의료비 공제 적용대상이 대폭 확대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공제에서 제외됐던 미용과 성형수술은 물론 보약까지 올해부터 의료비 공제대상에 포함된다. 일반적인 성형수술 뿐 아니라 속칭 예쁜이 수술이나 유방확대 수술, 지방흡입, 보톡스 시술 비용 등도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유치원과 영ㆍ유아 보육시설 등 취학 전 아동 교육비 공제 대상도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는 1일 3시간, 주 5일이상의 교습비 만 소득에서 공제됐지만 올해부터는 주 1회 이상 월 단위 교습비 지출도 소득공제 대상으로 확대됐다. 또 근로자 본인의 대학 시간제 등록 학점 취득비용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 연말정산 성공·실패 사례
배우자·자녀 1명에 연봉도 같은 '닮은꼴 과장'
환급금은 300만원이나 차이 김상호씨와 이정수씨는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같은 회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며, 연 소득이 5,500만원에 달한다. 둘 다 가족은 배우자와 자녀 1명뿐이다. 김씨는 200여만원의 소득세를 돌려받았지만 이씨는 1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을 더 냈다. 두 사람의 차이를 분석해 보자. 김씨는 매월 월급에서 떼는 세금이 가장 아깝다고 여겨 적금을 들어도 소득공제가 가능한 상품을 선택했다. 생활비를 사용할 때도 소득공제를 염두에 두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며, 아내에게는 현금영수증을 챙기는 습관을 들이도록 했다. 김씨는 매월 150만원을 적금으로 들고 있다. 노후와 자녀 교육비를 준비하기 위한 자금이기 때문에 장기로 저축하면서 절세효과가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연금신탁을 선택했다. 김씨는 장가주택마련저축에 50만원, 연금신탁에 25만원, 적립식펀드에 75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장기주택마련저축 불입액 600만원의 40%인 240만원을 소득 공제 받아 68만6,400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연금신탁에서는 300만원의 공제를 통해 83만8,000원을 추가로 환급받았다. 이와 함께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사용하고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을 통해 연간 2,500만원을 사용, 292만원의 소득공제로 81만5,120원의 절세 효과를 거뒀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돌려받은 세금 규모는 237만9,520원에 달했다. 반면 직장동료인 이씨는 재테크에 관심이 없고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는 것보다는 고수익상품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실천한 경우다. 이씨는 월 저축액 150만원 중에서 주식형적립식펀드에 100만원, 6%의 금리를 주는 상호저축은행 적금에 매월 50만원을 불입했다. 이씨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소비를 더 한다고 생각해 현금영수증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신용카드 사용액이 소득의 15%에 미치지 못해 이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지난해의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연금신탁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등 연말정산 세금 환급을 위한 작전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신한은행 재테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