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중국에 금석학 전한 '19세기 한류 스타' 추사 김정희

■ 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

박철상 지음, 너머북스 펴냄


19세기 최고의 지성 가운데 한 사람인 추사 김정희는 조선 금석학의 대가이기도 하다. 바로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를 '발견'한 사람이다.

지금으로부터 200년전인 1816년 7월 북한산 비봉에 오른 그는 그때까지 조선초 무학대사 혹은 신라 도선국사의 비석으로 알려진 옛 비석의 정체를 밝혀낸다. 이 비석이 '신라 진흥왕' 때의 것이라는 글자를 판독해낸 것이다. 조선 금석학의 탄생이다.


'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를 통해 저자는 김정희 금석학의 전모를 담아냈다. 책 제목은 김정희가 쓴 시 가운데 '옛것을 좋아해 때로는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고 경전을 연구하느라 여러날 시 읊기도 그만 뒀다"에서 따왔다고 한다. 조선 초기까지 금석학은 학문보다는 서법 수련의 본보기나 감상의 대상으로서 여겨졌다. 그러나 18세기 들어 북학파 지식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게 된다. 책은 이러한 과정을 좇으며 추사 김정희의 사상과 업적을 함께 살핀다.

관련기사



저자의 시야는 조선을 넘어 중국으로도 향한다. 김정희가 이른바 19세기 '한류스타'라는것이다. 비(非)한족이 중국에 세운 청나라는 한족의 저항을 막기 위해 학문의 범위를 고증학으로 제한하는 데 이는 기존 경전의 내용을 비문·석문과 대조하는 유행을 일으킨다. 옹방강이라는 대가가 나타나 신라시대 비문에서 왕희지의 글씨체를 발견하면서 조선 금석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김정희가 중국에 조선 금석학을 전파한 것이다.

저자는 김정희 금석학의 위대함은 역사 고증뿐만 아니라 서법 고증에도 있다고 설명한다. 서법 고증을 통해 '추사체'를 창조해낸 것이다. 김정희는 금석학을 통해 신라와 고려시대 등 서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고 이는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됐다.

책에는 김정희의 대표 저서로 교과서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는 '예당금석과안록(禮堂金石過眼錄)'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도 들어있다. 1만8,000원.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