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 뒤흔들 정략적인 '삼성 특검법안'

여야가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은 그 목적이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 진상 규명인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업경영 활동을 망가뜨리려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전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의 합의사항 중 수사대상과 인력 등 일부 내용이 수정됐지만 여전히 수사범위의 포괄성 등 불합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되 특검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금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골몰할 시기다. 그런데 여야가 이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돼 기업경영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검찰이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설치해 엄정한 수사의지를 밝힌 만큼 일단 검찰에 맡긴 뒤 결과가 미흡하면 그때 특검을 논의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 것이다. 국회의 특검법안은 이런 점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없어 보인다. 수사대상에는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 외에 경영권 승계 관련 사항도 포함돼 있다. 권력형 비리라는 특검 취지와 관계없는 경영활동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여야 모두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수사기간도 준비기간과 1ㆍ2차 연장기간을 포함해 최장 125일로 정했다. 검찰 수사까지 합하면 150일을 넘어설 수도 있다. 경영 전반에 걸쳐 반년 가까운 수사를 받게 되면 기업활동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영향은 수많은 협력업체들에도 미칠 것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내외 경제여건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고유가,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기업들이 온 힘을 다해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판에 사건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시켜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검은 재고돼야 하며, 불가피하다면 수사범위와 기간을 재조정해 경영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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