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삶 그리고] 코위버 황인환 사장

"기술욕심 부리기 앞서 시장수요에 초점맞췄다"<br>"우선 시장서 살아남아야 신기술 고민도 가능"<br>대기업 8년근무로 '나만의 기술' 자신감 불구<br>IMF 때 작은 광전송 장비 개발에 주력해 성공



“창업을 하려면 꼼꼼한 계획이 필수다. 특히 기술적 욕심으로 시장성 없는 제품을 양산하려 해서는 안된다. 철저히 시장 의존적인 장비로 승부를 보려 했다” 광 전송 유선장비업체인 코위버의 황인환(41) 사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자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장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며 환하게 웃었다. 황 사장이 오늘의 기틀을 다진 곳은 삼성전자. 그 곳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89년. 삼성에 터를 잡기 3년 전인 지난 86년부터 대영전자공업(현재 휴니드테크놀러지)에서 병역특례로 근무하다 ‘큰 물에서 제대로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옮긴 것이다. 당시 삼성은 유선 전송 쪽에 막 관심을 갖고 인력을 충원할 때. 근 8년간 열심히 일했다. ‘떠나느냐, 남느냐’의 고비는 97년에 찾아왔다. 삼성은 떠오르는 시장인 무선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시점이었다. 안정적 직장이던 그 곳에 잔류하려면 점차 축소되던 유선 전송 파트에 남든지 무선 사업부로 옮겨야만 했다. 과장 신분으로 한 프로젝트의 선임 역할을 하고 있던 때였다. “유선 전송 쪽에 대한 기술적 미련이 남아 있었고, 유선 전송망은 국가 기간망으로 없어지지 않을 아이템이란 점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삼성에서 쏟은 열정의 반만 해도 사회에 나가서 성공할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결국 황 사장은 대기업 관리자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기술을 직접 써먹는 길을 택했다. 신입사원 2명을 뽑아 시스템이 아니라 모듈 단위의 유니트를 개발했다. 버젓한 간판을 내건 것도 아니고 전자부품 오퍼상을 하는 선배 회사에 들어가 일했다. “이듬해 외환위기로 용역 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큰 장비보다는 작은 장비개발에 주력했다. 큰 장비를 만들 기술적 능력은 있었지만, 수요가 적었던 데다 회사 기반을 닦는 게 우선이란 생각에 작은 장비에 매달렸다” 다행히 51메가급 장비를 개발, 99년에는 KT쪽에 상용화하는 길도 텄다. 자신감이 생겨 2000년에 삼성에서 일하던 동료 2명(현재 김근식 상무, 김광옥 이사)을 설득, 그 해 2월 코위버를 설립했다. 황 사장은 창업 이후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를 ‘시장이 아니라 기술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시장에서 수요도 별로 없는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결국 과도한 소모성 비용으로 문을 닫게 된다는 것. 황 사장은 “매출이 없으면 인재 수혈도 안 된다”며 “당장 외형 성장보다는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각오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해에 매출 120억원을 냈다. 설립 원년에 3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황 사장은 “그 때부터 내 회사라는 생각을 접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때는 이미 ‘투자할 자신이 없으면 돈을 도로 가져가라’고 투자자에게 말할 만큼 회사의 진로에 자신감이 붙었다. 돌이켜보면 창업 후 2001년 코스닥에 상장하기까지 시나리오대로 됐던 거 같다는 설명이다. 황 사장은 창업을 꿈꾸는 엔지니어들에게 “회사가 탄탄해지면 자연스레 신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리드할 상품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며 “처음부터 너무 과욕을 부리지 말고 시장의 흐름에 순응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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