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미국, 부채문제 관심 돌리려 유로화 결함 폭로

■스한빙 경제대이동(스한빙 지음, 청림출판 펴냄)<br>미·중·유럽, 세계경제 패권 놓고<br>환율·원자재 등 전방위 막후 조종<br>자국 이익 위한 눈치싸움 파헤쳐



'지난 2010년 11얼 23일 연평도에서 남북한 포격전이 벌어지면서 남북한 정세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제 사회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언론 매체마다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비판적인 논조가 팽배했다. (중략) 한반도 위기는 왜 전쟁을 유발하지 않았을까? 미국이 포석해놓은 큰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동이다. 즉 미국이 한국, 일본과 연합해 중국, 북한을 겨냥하고 유럽, 이슬람 국가들과 손잡고 이란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개의 목표 노선은 이미 확실하게 정립돼 있다.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경제적 제재가 위주이며 군사 위협은 보조 수단이다.'<본문 중에서>

세계 경제와 국제관계 연구의 전문가인 스한빙 상하이자오퉁대 겸임교수가 복잡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거대한 체스판' 게임에 비유하면서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새로운 게임의 실체와 흐름을 짚어준다.

저자는 금융 시장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유럽간 경재 패권 이슈에 주목했다. 국가간 교류는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결정된 각국 환율로부터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국이라는 특혜를 배경 삼아 세계 경제를 통제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이에 유럽이 연합체를 형성하며 유로화를 만들고 중국이 막강한 무역 결제 파워를 앞세워 위안화 유통을 확대하고 있지만 달러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자는 특히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보다 유럽이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이유를 심층 분석한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감세 조치를 취하는 한편 자국의 부채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부채를 부각시키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 월가의 큰 손들은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 시간을 벌고 자신들의 구제와 관련한 정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유로화의 결함을 폭로한 후 대외 사격에 나섰다. 결국 유로존은 부채 문제가 낱낱이 폭로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미국은 경제 회복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것. 저자는 실제로 유럽의 재정 위기가 악화일로에 있을 때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순조롭게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중국 내 문제로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사태는 유동성 과잉이다. 저자는 이미 새로운 위기가 다가와 있다고 경고한다. 시중에 대량으로 풀린 화폐가 대부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으로 흡수되고, 이 두 시장의 흡수능력이 떨어지면 농산물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는 농산물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는 것. 위안화 절상도 당면과제다. 위안화가 갑자기 절상되면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노동집약형 기업과 민영기업이 도산하고, 기업 도산이 만연하면서 위안화가 의지할 기반은 취약해진다.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빠르게 절하되며 핫머니 철수가 일어나 위안화 절하 압력이 배가되는데 이는 결국 미국이 의도하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원 문제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인다. 미국은 인근 국가에서 석유 수입을 늘리는 한편 걸프 국가들로부터 석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이란의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서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아랍의 잇따른 민주화 혁명 배후에는 주요 산유국이자 '불량국가'인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다. 특히 그 동안 미국이 달러와 석유, 식량의 세 가지 무기를 통해 세계를 지배해왔다며 향후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은 자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만 9,800원.

정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