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위의 불공정 게임

재계의 라이벌인 코오롱과 효성의 고합 공장 인수전이 서로 반쪽씩 생산라인을 분할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당초 인수업체로 예정됐던 코오롱이 2개 라인을 모두 인수하면 독점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다른 1개 라인은 2개월 내에 매각하라는 것이 공정위 결정의 요지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으로 경쟁제한적 요소를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는 자화자찬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 따른 두 회사의 득실은 따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공정위의 판단 잣대가 상황과 여건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꼭 5년 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과잉 중복 투자업종에 대한 '빅딜'이 반강제적으로 추진됐다. 성공적인 빅딜을 위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정치권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재벌에 전방위 압력을 가했고 마무리 작업까지 맡았다. 관련 업체간의 빅딜이 이뤄지자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철도차량과 선박엔진ㆍ발전설비 등 3개 업종의 경우 통합법인이 독점업체인데도 '경쟁제한의 우려보다는 구조조정 효율성이 더 높다'며 기업결합의 예외조항을 적용했다. 그렇다면 5년 전의 3개 업종 빅딜에 대해 현 시점에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한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이번 결정을 보면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이유로 5년 전과 같은 결론을 낼 것 같지는 않다. 만약 화섬업종에도 빅딜이 추진됐다면 최소한 고합의 구조조정이 강력하게 추진돼 나일론 필름공장이 일찌감치 매각됐더라면 공정위가 이번 결정처럼 분할매각이라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의 재벌ㆍ경쟁 정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업들은 공정위의 애매한 법적용과 자의적 법해석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공정위가 '공정성'을 상실한 상황에서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승복하는 기업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권구찬<경제부>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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