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그룹<멕시코의 전자단지>(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NAFTA 장벽」 뚫고 홀로서기/북미가전제품 시장공략 “포효”/「공격적 경영+현지인 기술교육」 주효 작년부터 흑자로/“미·일사와 경쟁서 이기자”… 고가화·멀티TV 개발 사력미국 남부 휴양도시 샌디에고에서 멕시코국경을 지나 승용차로 40분 달리면 인구 1백50만명이 살고 있는 티후아나가 나온다. 샌디에고에서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멕시코국경을 넘어서면 주변 풍광은 1백80도 달라진다. 미국쪽이 세계최고 수준의 부를 가진 나라답게 주택 도로 공원 등이 잘 관리된 전원풍 도시라면 멕시코쪽은 퇴락한 슬럼가를 연상시킨다. 티후아나로 가는 길 양쪽의 비탈길위에는 판자촌이 군데군데 모여있고, 잡초와 팜트리가 듬성듬성 나있는 가로수에서 이같은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티후아나 엘플로리도 공단에는 삼성전자의 전자복합단지가 입주해있다. 이 공단은 멕시코정부가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기위해 세운 마킬라도라. 방앗간이 쌀 등 곡식을 빻아주고 받는 삯을 의미하는 이 말은 외국기업이 멕시코에 투자, 현지인을 고용해서 물건을 생산한 후 법인세등 「삯」을 떨구고, 미국 등 제3국에 수출하는 지역을 말한다. 마킬라도라는 한국이 과거 70년대 수출입국을 위해 조성했던 수출자유공단과 같은 곳으로 주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광범위하게 형성돼있다. 잡초들만 있는 민둥산들로 둘러싸인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삼성복합단지는 20만평 규모의 부지위에 조성돼 있다. 이 공단은 지금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기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잔디와 팜트리로 조경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박경팔 복합단지 대표는 직접 단지를 순회하면서 잔디와 팜트리 수종이 현지토양에 맞는 지 점검할 정도로 공단의 공원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의 복합단지는 올해 경영정상화의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자 전관 전기 등 입주계열사들이 흑자전환된데 이어 올해 흑자기조를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대표는『지난해 하반기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현지근로자들에 대한 생산성향상과 품질교육이 효과를 거두고 있어 미국 등 북미와 중미 시장공략의 중요한 생산거점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지의 연간 생산능력은 ▲컬러TV 1백50만대 ▲브라운관 3백만대 ▲모니터 2백만대 ▲튜너 2백만개 등이다. 지난해말 현재 모두 5억달러가 투입됐다. 종업원은 3천3백명선. 여기에 코닝이 미국의 코닝, 일본의 아사히글라스와 공동으로 모두 2억달러가 투자되는 연산 8백만개의 브라운관용 유리벌브공장을 지난해말 착공했다. 전자의 일관수직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이곳에 2000년까지 5억달러를 추가투자, 품목별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컬러TV는 이보다 두배인 3백만대로, 모니터는 4백50만대, 브라운관은 8백만대, 튜너는 2.5배규모인 5백만개로 각각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1백50만대 규모의 전자렌지공장을 지어 가동할 예정이다. 종업원은 3배규모인 9천5백명으로, 전체부지는 30만평으로 10만평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같은 공격적인 신증설로 인해 티후아나 복합단지의 매출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4억7천만달러에서 올해 8억달러로, 98년엔 18억달러로 껑충 뛰게 되는 것. 2000년엔 무려 3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야심이다. 이때가면 『브라운관은 북미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할 것』(김중환 티후아나복합단지 전관대표)으로 삼성은 전망하고 있다. 멕시코단지는 중장기 투자계획이 차질없이 이뤄질 경우 그룹의 여러 해외복합단지 가운데 최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4년 미국 뉴저지주에 컬러TV공장을 지어 운영하다가 현지근로자들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88년 티후아나 인근 오따이로 생산설비를 이전했다. 이후 인건비가 싸고 노동력확보가 쉽고, 땅값(평당 1백달러)이 비교적 싼 티후아나로 다시 옮겨 컬러TV외에 모니터, 브라운관, 튜너를 비롯 유리벌브 등 전자관련 품목을 생산하는 대규모 전자복합단지로생산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멕시코 복합단지는 북미지역의 블록화추세에 대응, 현지화로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추진됐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발효이후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현지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려는 것도 중요한 포석이다. 물류비 등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도 주요한 이유다. 현지화의 이점은 브라운관 조달비용에서 잘 나타난다. 『컬러TV와 모니터에 사용되는 멕시코산 브라운관을 사용할 경우 대당 4∼5달러, 최고 7달러를 물어야 하는 관세를 안내도 되는 무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박형도 인사부장). 반면 한국에서 브라운을 들여와 조립할 땐 대당 4∼7달러의 관세를 내야해 현지화를 안하면 원가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또『미국 롱비치항구에 인접, 한국등 제3국에서 수입되는 각중 원자재의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것도 가격경쟁력강화에 도움을 준다』(최문경 티후아나 전자법인대표)는 것이다. 인력문제는 이곳에 진출한 모든 외국기업이 겪는 애로사항. 그러나 삼성은 진출초기 근로자들의 특성과 민족성을 잘 몰라 겪었던 높은 이직율 및 결근율문제를 극복하고 정상조업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식으로 「하면된다」는 의식이나 애사심이 없고, 다른 기업에서 5센트만 주면 부담없이 사표를 내는 멕시칸기질의 근로자들. 고함치거나 위협적 말과 행동을 보이면 눈물을 흘리며 정문을 나가고, 주급을 받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흥청망청 유흥비로 소비하고 그래도 돈이 남으면 월요일까지「제끼는」그들. 내일을위한 저축개념이 없는 근로자들에게 각종 인센티브와 인간적 대우로 삼성맨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컬러TV는 지난해 상반기 4개 라인에서 월 10만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으나 하반기 이후 15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10월에는 16만7천대를 생산, 창사이래 처음으로 최고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기존 일자형의 생산라인을 프리플로(Free Styile)에서 모듈라인으로 변경한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멕시코복합단지가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판로문제. 주력인 컬러TV의 경우 최대의 승부시장인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반면 중남미에서는 진출초기부터 중고가브랜드전략을 전개한 것이 주효, 일제에 뒤지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25인치이하 중소형제품은 과당경쟁과 소비자천국에 따른 각종 다양한 소비자보호정책으로 출혈수출을 하고 있다.『미국은 소비자천국이다. 선진업체들의 신제품경영장인데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최고의 일류브랜드인 소니도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을 정도다』(최공장장). 중저가 브랜드이미지를 벗어나는 것도 숙제다. 27인치 컬러TV의 현지소비자가격은 삼성제품이 3백44달러로 일본의 JVC(4백50달러), 톰슨멀티미디어의 RCA(3백73달러), LG전자가 인수한 제니스(3백74달러), 도시바(3백78달러)에 비해 낮은 수준. 삼성브랜드는 저가격대인 샤프(3백35달러), GE(3백28달러)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머물고있다. 삼성은 이같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27인치 등 대형제품의 생산 및 수출비중을 높이고 ▲AV형 홈씨어터와 게임TV 등 복합제품으로 새시장을 개척하는데 힘쓰고 있다. ◎인터뷰/김중환 티후아나 전관대표/“제조업 성공은 인력관리에 달려… 신명나는 일터만들기 최선” 『제조업, 특히 장치산업의 경영포인트는 사람의 관리와 양성에 있다. 멕시코 근로자들의 특성과 심리를 잘 파악,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짧은 시간에 경영을 안정시키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티후아나 삼성복합단지내 김중환 전관대표(50)는 『현지밀착형 노사화합, 인력의 체계적 채용과 훈련에 주력해야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공장의 근로자 이직율이 3% 가량돼 일본 업체들보다 낮은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삼성전관의 독특한 인재확보시스템인 「인성검사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입사희망자를 대상으로 기본인성, 지능지수, 회사적응도등을 종합평가하는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친다. 이를위해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했다.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2∼3시간씩 인성검사를 실시, 적성에 따라 배치한 것도 효과를 보았다. 특히 현지인 간부가 먼저 입사희망자를 인터뷰한 후 내가 평가기준이 타당한지 직접 크로스체크하고 있다. ­경영실적은 어떠한가. ▲지난95년 10월 시험가동에 들어간 이래 초기엔 한달에 1백만달러씩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7월부터 흑자로 전환된후 8월 20만달러, 10월 70만달러, 11월 1백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말레이시아공장이 가동 1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으나 멕시코공장은 이보다 2개월 더 빨리 흑자로 돌아설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설비 수률은. ▲지난해 90%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국내본사수준(97%)에 육박하는 95%선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되면 생산규모는 연 3백만개에서 3백15만∼3백2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김대표는『외국 조립업체들이 몰려있는 티후아나에 삼성외엔 브라운공급업체가 없어 판로확보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트리니톤이라는 자체생산 브라운관만을 사용해온 소니가 올들어 중남미에 수출되는 컬러TV용 브라운관을 전관에서 구입키로 합의, 품질 및 브랜드인지도를 높이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며 경영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티후아나(멕시코)=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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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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