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은 여러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반 장관은 24일 한국 언론사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여러나라와 FTA 협상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한다면 갈등요인들이 서로 희석돼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칠레와의 FTA 협상에서 드러났듯이 개별국가와의 협상에서는 반드시문제되는 분야가 생겨나기 마련이며 따라서 FTA 협상을 개별적으로 진행하다 보면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FTA 협상이 논의되고 있는 국가에 관해 반 장관은 "일본과 싱가포르는 공식적으로 협상을 시작했고 멕시코, 캐나다, 인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는 공동연구 단계"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서로 FTA 협상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우선 일본이나 싱가포르와의 협상 경과를 지켜본 뒤 추진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반 장관은 말했다.
반 장관은 한승주 주미 대사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공식 만찬에 불참한 채 부인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일이 물의를 일으킨 뒤 사의를 표명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와전된 것이며 이 사안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기사거리도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량강도 폭발사고 등을 계기로 한미간 정보교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외무장관 수준에서 한미간 정보 교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유엔 총회연설에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핵 프로그램이 폐기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HEU 프로그램의존재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반 장관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 장관은 이어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부인한다면 그를 뒷받침할 증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일본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핵물질실험에 관해 일본의 일부 언론이 과장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가와구치 외상은 이에대해 일본정부도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국내언론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반 장관은 "날로 외교 업무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외교부도최소한 복수 차관제를 도입해야 하며 여기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나 국회도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편과 관련해 반 장관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상임이사국보다는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천명했고 다수의중간급 강국들이 우리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감정이나 과거사에 관한 일본의 태도를 감안할 때 우리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안보리 개편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국가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 진출 타당성을 논하는 것은시기 상조"라면서 언급을 회피했다.
반 장관은 "이 문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질 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인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번사무총장은 아시아 국가에서 나와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정부차원에서 이 문제에 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반 장관은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