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화 강세 지속] 일본 자존심 살리고 경기 죽인다

【뉴욕=김인영 특파원】유로화가 출범한지 1주일이 지나면서 달러-유로-엔의 3대 기축통화 구조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던 유로화는 약세로 돌아선 반면, 일본 엔화가 기대 이상의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엔화는 지난 8일 뉴욕에서 1달러당 110.93에 마감한 후 11일 동경에서 한때 110.12까지 상승했다. 엔화는 지난해 8월 이래 달러에 비해 25%나 절상됐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 출범으로 엔화가 세계 2위 통화에서 3위 통화로 전락할 것을 우려, 일본 정부가 경쟁심에서 엔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엔고(高)는 일본의 수출을 둔화시킴으로써 일본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뉴욕 타임스지는 일본 정부가 고통스럽지만, 정치적 판단에서 엔고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 재무관의 「뉴욕 주가 거품론」, 유럽을 순방중인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3대 기축통화론」등이 이를 뒷바침하고 있다. 일본은 2위 통화로서의 자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미야자와 플랜 등을 통해 뒤늦게나마 동아시아 경제 안정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엔고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엔고의 촉발은 일본 정부가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대규모의 채권을 발행, 1% 이하이던 채권 금리가 2% 이상으로 급등한데에도 또다른 요인이 있다. 미국 금리는 지난해말 3번 인하됐고, 따라서 미국과 일본 금리차이가 좁혀짐에 따라 국제유동성이 달러에서 엔화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엔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펀더맨털이 미국보다 약하기 때문에 엔화 강세가 장기화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12월 실업율 3.7%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일본은 엔고로 수출에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다. 비지니스 위크지는 엔고로 일본 경제에 새로운 재앙이 다가오고 있으며,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도 엔고는 일본의 신용경색을 악화시키고 디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켜 일본을 결국 파국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유로는 출범 직후 1.18 달러 이상의 강세를 보였으나 고시환율 이하인 1.15 달러에 거래됨으로써 약세를 유지했다. 출범 초기에 유로가 강세를 보이면 유럽의 수출이 둔화되고 실업율이 높아져 공동통화 초기부터 장애물이 생긴다는 판단이 유로 약세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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