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은행 두 곳만 왔습니다. 돈 없는 설움을 절감하네요.”
서울시교육청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5조원의 교육청 예산을 맡길 은행을 야심차게 공개경쟁 방식으로 모집했으나 시중은행 단 두 곳만 참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교육청은 5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은행 금고에 자리를 틀 새도 없이 교원봉급 등으로 바로 빠져나가는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은행들이 이번 경쟁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시교육청은 8일 “지난 3년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맺었던 서울시 교육비 특별회계금고 약정기간이 다음달 만료됨에 따라 최근 후속은행을 공개경쟁으로 모집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우리은행ㆍ농협 등 두 은행이 설명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그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농협과 자체 약정을 맺었으나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담당 은행을 선정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경쟁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교육금고 담당은행의 신청자격은 본점이 서울시에 있는 시중은행으로 향후 3년간 매년 5조원에 달하는 시교육청 예산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향후 3년간 1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교육청 예산을 굴리며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음에도 시중은행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교육청 관계자들은 “결국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청 재정은 고정적 세수도 없고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막상 예산을 은행에 예치시키더라도 곧바로 교원월급 지급 등으로 빠져나가 은행들이 큰 매력을 못 느끼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즉 돈은 많지만 실상 담당은행이 이를 회전시키며 수익을 챙길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교육청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200억원에 달한다”며 “교육금고로 지정된 은행에 우리가 오히려 돈을 빌려야 할 판국”이라고 시교육청 재정의 열악함을 한탄했다.
한편 교육청은 이달 말까지 우리은행과 농협 중 적격심사 등을 통해 교육금고 지정은행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