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박사의 가장 큰 취미는 음악감상이다. 특히 클래식을 좋아한다.그의 집에 있는 음악 CD만 2,000~3,000개. 김박사는 『여행가는 것도 귀찮고 방에 틀어박혀서 음악 CD 3~4개 들으면 일요일 하루가 간다』고 말한다. 나이 들어서 즐길 게 없을까 하고 찾은 게 음악감상이라고 김 박사는 밝힌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베토벤의 7번 교향곡 2악장. 「운명」은 CD만 20장을 갖고 있지만 너무 경망스럽단다. 7번 교향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도 좋지만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지휘에 반했기 때문이다.
『악기 하나하나의 능력을 100% 끌어올리는 지휘에 반했죠. 무인도에 CD 하나를 가져가라고 하면 그의 7번 교향곡을 가져갈 겁니다.』
그는 음악과 과학이 너무나 닮았다고 말한다.
『음악은 99.9%가 없어요. 100%만이 존재하죠. 연주하다가 한번 삐긋하면 끝나는 겁니다. 과학도 마찬가지예요. 100% 완벽하지 않으면 하나도 안돼요.』
그는 지휘자를 보며 자기가 어떻게 실험실을 이끌어야 할지 배운다. 그가 좋아하는 지휘자 클라이버가 그의 이상형이다. 호통치고 혼내서 완벽한 연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주가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김박사는 연구원 하나하나에 기회를 주려고 애쓴다. 결코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자기와 안맞으면 다른 과제를 찾도록 도와준다. 『나와 도저히 안맞는 사람도 내게 도움이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연구원들에게 큰 소리로 야단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마이크로파를 다루는 연구원들이 혹시 병에 걸리거나 얘기를 못갖게 될까봐 걱정했을 만큼 그는 연구원들을 아낀다. 다행히 아픈 사람도 없고 아이도 잘 갖고 있다.
김 박사가 요즘 가수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서태지다. 그외에는 모두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 김박사의 평가. 『음악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전혀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는 것이 그의 서태지 예찬론이다.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