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매달 받는 돈만 대상" vs "분기 지급분도 포함"

■ 대법정서 열린 통상임금 공개변론<br>사측-근로자측 변호인 치열한 법리공방 펼쳐<br>학계 의견도 대립 팽팽

최근 통상임금을 놓고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재계와 노동계가 5일 서초동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이날 대법정은 이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170석의 방청객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더 이상의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사회적 분쟁을 막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에 관한 법 해석을 확정하겠다"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모두 발언을 시작으로 오후2시 공개변론이 시작됐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뜨거나 고개를 떨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다수 방청객들은 숨을 죽이고 소송대리인과 참고인의 변론에 귀를 기울였다. 법정 앞 화면에 나오는 변론의 요약을 수첩에 빼곡히 적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통상임금 재판의 핵심 쟁점은 2~3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공개변론의 대상이 된 갑을오토텍 사건의 회사 측을 대리하는 이제호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계산 도구, 즉 계량컵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며 "재직기간 등에 따라 변동돼 지급되는 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통상임금을 만든 취지부터 사라지는 것이며 1개월 이내 지급된 임금만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 기업의 노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제외하겠다고 자율적으로 협약했지만 기업 측에 예기치 않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며 "이 약속은 존중돼야 하고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근로자를 대리하는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기본급여는 1달에 한 번씩 나오고 상여금은 2~3달에 한번씩 나오는 걸 제외하고는 성격이나 지급 형태가 모두 똑같다"며 "상여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관계의 기존 합의에 대해서도 "고용부도 회사도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수긍한 것뿐 합의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노동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불공정 계약을 보호해주기 위해 우리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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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법이 왜 기본급과 상여금,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을 구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정기성ㆍ일률성만을 따져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지금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여금은 기본급과 동일하게 운용되지만 이름만 상여금이므로 통상임금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이 일단락되자 대법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재편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경우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기업 측 대리인을 향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 측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38조원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냐"고 질문했다. 이제호 변호사는 "38조5,000억원은 판결에 따른 법정이자 등을 반영하지 않은 최소 추정치"라며 "숨겨진 비용은 더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양 대법원장은 근로자 측에 "상여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대기업 정규직뿐이기에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소기업이 쓰러질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김기덕 변호사는 "통상임금 문제는 임금을 조금 더 받겠다는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임금체계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경영계가 제시하는 수치도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공개변론을 통해 다루는 갑을오토텍 사건은 다른 통상임금 소송이 다루는 쟁점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어 판결이 나온 후 다른 소송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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