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대일 통상압력 강화

◎정부관료·의원 가시적 시장개방 잇달아 촉구/슈퍼컴 덤핑예비판정 등 적극적 공세도 병행/‘눈덩이’ 무역적자 핑계… 한국도 ‘불똥’ 우려【뉴욕=김인영 특파원】 미 행정부 고위관리와 의회지도자들이 잇달아 일본의 무역정책에 공격함으로써 미일 무역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을 방문중인 뉴트 깅그리치 미 하원의장은 1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보호주의 사회』라며 내정간섭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그는 동경에서 『일본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약탈적 수출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수입을 가로막는 관료주의를 척결할 것을 일본정부에 촉구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도 1일 아시아 방문에 앞서 『일본이 무역적자를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환영할 수 없다』고 은근한 톤으로 압력을 넣었다. 이날 깅그리치 의장과 루빈 장관의 발언이 뉴욕 외환시장에 전해지자, 외환딜러들은 미 행정부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의 「강한 달러」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판단, 달러 매각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달러 환율은 일본 엔화에 대해 1백23.78엔에서 1백21.73엔으로 1엔 이상 폭락했고,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1.6750에서 1.6663으로 떨어졌다. 미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일본 정부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 해소. 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적자는 총 1천1백42억 달러로, 지난 88년 이래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4백77억 달러로 95년보다 19.4% 줄어들었으나, 미국은 여전히 일본과의 장사에서 가장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일본의 불공정 무역에 제제를 가함과 동시에 더이상 강한 달러 정책기조를 유지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공세의 첨병인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연례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통상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샬린 바셰프스키 USTR 대표는 구체적으로 일본을 지목, 미통신회사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에 관한 보호문제를 제기했다. 또 같은날 미 상무부는 미 기상연구소에 슈퍼컴퓨터를 납품한 일본 컴퓨터메이커인 NEC와 후지츠사가 저가로 수출했다는 이유로 가혹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최종판정에서도 예비판정의 반덤핑 마진율이 받아들여질 경우 NEC는 판매가의 4백54%, 후지츠는 27%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일간 통상분쟁은 자동차·장거리 통신시장·종이·농산물·사진필름·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전례를 볼때 미국은 일본에 대한 통상공세를 취한 이후 한국에도 시장개방을 요구했다. USTR 보고서에서 한국이 대미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것은 본격적인 통상압력의 신호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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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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