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너무 순하게 두었다


제5보(62~74) 구리의 특기는 수습이다. 실리를 먼저 챙기고 상대방의 세력권에 깊숙이 침투하여 휘휘 젓고 살아 버린다. 조훈현이나 이세돌이 능기로 쓰는 그 수법이다. 백64로 끊은 것은 수습의 요령. 이 한 점을 희생타로 하여 66과 68을 선수로 두는 권리를 얻어냈다. 백74까지 부드럽게 수습하고 나니 원래 상당히 커보이던 좌변의 흑진이 볼품없이 쭈그러든 인상이다. 뒤늦게 사이버오로 검토실에 들어온 루이9단이 좌변의 수순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원성진이 너무 순하게 두었어요.” 루이가 지적한 수는 흑67이었다. 참고도1의 흑1로 따내야 했다는 얘기였다. 백은 기세상 2로 몰게 되는데 그때 흑3으로 강인하게 맞받아쳤으면 흑이 난처했으리라는 것이 루이의 주장이었다. 흑에게는 5라는 절초의 팻감이 있는데 백이 쓸 수 있는 팻감은 8(그 전에 4는 1의 오른쪽 따냄. 7은 2의 아래 따냄) 정도에 불과하다. 흑이 9로 따내고 11로 확장하면 이것으로 흑승이었다는 얘기. 루이의 지적 사항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흑71이 완착이었다는 것. 참고도2의 흑1로 다부지게 잇는 것이 정수였다. 백2면 그때 3으로 막아둔다. 백은 4로 두는 정도인데 그때 5로 쳐들어간다. 이 그림은 실전보 74가 놓이지 않은만큼 흑이 좋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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