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주총에 직접 참석해 회사의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시한다. 관심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인 셈이다. 하지만 펀드 투자는 다르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어떤 업종이나 종목을 중심으로 운용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투자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의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펀드 운용 보고서를 읽지 않는 투자자는 전체 설문 조사 대상자(2,530명) 가운데 무려 43.7%에 달했다. 자신의 펀드가 무엇에 투자하는지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는 21.5%, 펀드 매니저 변경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47.2%로 나타났다. 심지어 투자 성과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4.6%나 나왔다. 펀드에 가입해 놓고도 '나 몰라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얘기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펀드 편입 종목이나 투자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자산운용보고서'를 확인하면 된다. 펀드는 상품에 따라 수익률에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이런 운용보고서를 통해 펀드의 현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보다 나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자산운용보고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자산운용 보고서 작성 및 제공방식 개정안을 만들어 펀드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보고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보고서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수시로 펀드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신이 가입한 펀드는 물론 다른 상품의 보고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 좋은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결국 자산운용 보고서를 잘 살펴보는 게 펀드 투자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벤치마크'와 수익률 비교 가능… 투자상위 종목·비중등 확인 필수
펀드매니저 변경 여부 체크하고 매매횟수·수수료 등도 알아봐야
자산운용보고서는 분기 1회, 연간 4회 발행된다. 주로 이메일을 통해 발송하는데 우편으로 받으려고 하면 별도의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또 운용사나 판매회사,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상당수 운용사들은 최근들어 1페이지 분량의 간략한 보고서를 만들어 매월 발송한다. 이런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수익률 현황 및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 앞으로의 운용 계획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의 시장 전망 및 운용 계획 등을 담아 자산운용보고서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부분이 바로 ‘운용 경과’와 ‘투자 환경 및 운용 계획’이다. 여기에는 시장 상황 및 이에 따른 펀드 수익률 변화, 앞으로의 시장 전망 및 운용 전략 등이 담겨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가 직접 작성하기 때문에 매니저와 직접 접촉하기 어려운 펀드 투자자로서는 자신의 자산을 굴리는 매니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의 시장 전망 및 이에 따른 운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익률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운용 계획 뿐 아니라 펀드와 관련된 이슈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신운용치 최근 작성한 삼성그룹주펀드 운용보고서에는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된 펀드 이슈를 1페이지에 걸쳐 설명하기도 했다. ◇기간 수익률은 벤치마크와 비교해 봐야 금융투자협회가 규정한 자산운용보고서 표준서식에 따르면 펀드의 종류(Class)별 및 실제 운용 펀드의 최근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 수익률(기간 수익률)과 최근 ‘1년’, ‘2년’, ‘3년’, ‘5년’ 수익률(연평균 수익률)을 기재해야 한다. 펀드의 장ㆍ단기 성과를 숫자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비교지수(벤치마크)를 기준으로 평가해 봐야 한다. 해당 펀드가 기본적으로 추종하는 지수가 벤치마크가 된다. 펀드 매니저들은 이 벤치마크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즉 벤치마크에 비해 수익률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운용보고서에는 해당 펀드가 추종하는 벤치마크와 이와 비교한 펀드 성과를 동시에 기재토록 하고 있다. 또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도록 운용되는 인덱스펀드의 경우 ‘추적오차’를 유심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추적오차란 일정기간 동안 인덱스펀드가 추종하는 특정 지수를 얼마나 충실히 따라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비교지수와 해당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 차이를 가리킨다. 즉 추적오차의 수치가 적을수록 펀드가 추종 지수와 유사하게 움직였다는 것을 뜻한다. 인덱스펀드의 목표가 특정 지수를 똑같이 따라가는 것인 만큼 추적오차가 큰 경우는 펀드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 투자대상 상위 종목 및 비중도 확인해야 자산운용보고서는 해당 펀드의 투자 대상 상위 10개 종목과 투자 비중도 명시한다. 이 항목을 통해 자신이 맡긴 돈이 주로 어느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투자 종목이 해당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쏠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공모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하는 것을 자제한다. 만약 특정 종목이나 업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해당 펀드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한 상품이 특정 1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10%로 제한돼 있다. 단 유가증권시장 내 비중이 10%를 넘는 삼성전자(3일 현재 13.23%)의 경우만 시장 내 비중 한도에서 투자가 가능하다. 이밖에 펀드 내 업종별ㆍ국가별 투자 비중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업종별 투자 비중을 통해서는 해당 펀드의 운용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정보기술(IT)이나 산업재 등의 비중이 높은 경우 수출주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통신이나 소비재 등의 비중이 높을 땐 내수주 중심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이른바 경기방어주라 불리는 유틸리티나 통신 업종 등의 비중을 통해 투자 성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별 투자 비중의 경우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꼭 살펴봐야 할 요소다. 예컨대 브릭스(Brics)펀드처럼 여러 국가들을 조합하는 경우 특정 국가의 투자 비중이 해당 펀드의 수익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매니저 변경 여부도 꼼꼼히 체크해야 특정 지수를 좇는 인덱스펀드나 시스템에 의해 운용되는 금융공학 펀드 등을 제외한 일반 펀드들의 경우 투자 성과는 매니저의 손에 달려있다. 매니저들의 종목 선정 및 매도ㆍ매수 타이밍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변수다. 펀드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펀드 매니저인 셈이다. 운용보고서에는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주요 학력사항 및 최근 5년간 주요 경력, 주요 운용 펀드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또 최근 3년간 운용전문인력의 변경이 있는 경우 해당 내역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매니저가 변경되면 펀드를 새로 맡게 되는 매니저의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 재편이 일어나면서 수익률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전자공시사이트(http://dis.kofia.or.kr)의 수시 공시 등을 통해 펀드 매니저의 변경 내역 등을 바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펀드의 경우 많은 운용사들이 위탁 운용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경우 국내 투자 운용 인력과 실제 해외 투자 운용 인력을 동시에 기재토록 하고 있다. ◇ ‘매매ㆍ중개 수수료‘ 등 보이지 않는 비용도 확인해야 펀드에 가입할 때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공식적으로는 일회성 비용인 ‘수수료’와 정기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보수’로 나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회계감사비용 등 펀드에서 일정하게 지출하는 ‘기타 비용’과 주식 등을 매매할 때 내는 매매ㆍ중개수수료가 그것이다. 이 같은 비용은 운용보고서를 통해서만 확인 가능한데 특히 매매ㆍ중개 수수료의 경우 펀드 매니저가 얼마나 잦은 매매를 하느냐에 따라 비용 지출 규모가 달라진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공모펀드에도 증권거래세를 부과토록 했다. 증권 매도시 0.3%의 매도 거래세가 부과돼 펀드 매니저의 종목 매매 횟수가 수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펀드 매니저의 매매 횟수를 알 수 있는 항목도 운용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운용기간 중 매도한 주식 총액을 보유 주식의 평균가액으로 나눈 비율인 ‘매매회전율’이 그것. 운용보고서는 1년 환산 매매회전율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매매회전율이 100%라고 한다면 보유 주식을 1년에 한번 사고 팔았다는 뜻이다. 보통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매매회전율은 200%~300%. 공모 펀드에 대한 거래세 부과시 0.6~0.9% 정도의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즉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매회전율도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