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그맨 유재석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과거 주산학원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며 이런 얘기를 했다. "주산을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노란 가방이 갖고 싶어 학원을 다녔다. 그 가방을 메고 다니지 않으면 학교에서 소외될 것 같았다". 이 말에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하는 중장년층이 많을 듯하다.
주산은 1200년께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사용돼온 계산법이다. 주산을 잘하는 사람들은 수학적 연상능력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교육 목적으로도 적극 활용돼왔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전인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초등학교 주변에는 주산·암산교습소들이 여러 곳 있었다.
잘사는 동네에는 유아 대상 주산학원까지 성업했을 정도다. 요즘 영어 조기교육 풍조와 비슷하지 싶다. 당시 부모들의 주산 교육열은 대단해 소형 전자계산기를 치워놓고 애들에게 주판을 수없이 놓게 하는 '타이거맘'도 있었단다. 주산·암산을 잘하는 아이는 수재나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시대였으니 이해가 간다.
주산으로 자녀들의 수학적 재능을 키워주려는 부모들의 바람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서도 주산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는 계산 능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걸로 보고돼 있다. 여기에다 정신의학적 효능을 더해야 할 듯하다. 아이들이 주산을 배우면 주의·집중력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순천향대의대·가천의대 공동연구팀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주산파(派)'학생들이 '비(非)주산파'에 비해 수학적인 면은 물론 주의력 점수도 월등히 우위를 보였다고 한다. 특히 충동조절 능력과 긴밀히 연결된 '반응억제' 영역에서 주산을 배운 학생들의 수행능력이 두드러졌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각종 정신질환에 대응력이 높다는 얘기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를 둔 부모라면 주산학원 등록을 고려해봄 직하다.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일본 논문이 많다니 오늘부터 짧은 시간이나마 주판알을 튕기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