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거꾸로 가는 중국 반독점법
중국 정부가 반독점법 초안을 만드는 데 12년이나 걸렸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는 지난 8일에서야 반독점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보완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승인만 받으면 중국판 '반독점법'은 겨우 날개를 달게 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의 존재 의의를 크게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반독점법이 필요한 이유는 경쟁력 있는 민간 부문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 경제에 만연된 정부 규제와 통제를 제거하기 위해 중요하다. 현재 중국 국가 경제는 각 지방에 따라 갈갈이 찢겨져 분열된 상태다. 각 지방자치 단체들은 저마다의 규제로 지방 경제를 옥죄고 있다.
반독점법은 중국을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분열 상태로 내몰고 있는 경제 장벽들을 걷어내고 하나의 국가 경제로 통합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반독점법 초안에 드러난 내용은 국가가 되레 각 지방간의 분열을 부추기고 지방 정부의 권한을 더해 규제의 수위만 높인 꼴이다. 지금의 반독점법 초안은 알맹이가 없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법안이 시장지배사업자, 즉 다국적기업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다. 반독점법 초안은 ▦공정경쟁을 해치는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대규모 합병 등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한 사업자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때 혹은 2개사업자가 시장의 3분의2를, 혹은 3개 사업자가 4분의3을 점유할 때를 시장지배사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어기는 국내외 기업에는 최고 1,000만위안(약 12억원)의 벌금부과와 함께 범죄로 판단될 경우 형사책임까지 묻게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필름 시장과 인화지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코닥과 후지 등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높은 다국적기업은 이 법이 확정되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부문의 공정 경쟁을 촉진해야 할 법이 오히려 민간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형국이다. 이렇듯 거꾸로 가는 반독점법은 중국 정부가 자유 시장경제 원리를 잘못 이해한 결과다. 진정한 시장 개혁을 원한다면 이 방법은 틀렸다.
입력시간 : 2006/06/12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