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14일] 디지털 시대 승자는 콘텐츠 강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계속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3스크린(TVㆍ모바일ㆍPC)' 시대에 접어들면서 콘텐츠 이용 패턴은 '온종일' 체제로 바뀌었다. 유무선이 연동돼 화면만 바꿔 끊김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공짜로 여겨지던 콘텐츠 유료화의 저항을 줄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업계의 우려와 달리 온라인 음악 시장이 음반 시장보다 10배나 커졌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음악 한곡, 책 한장, 애플리케이션 하나 등 원하는 부분만 골라 싸게 살 수 있는 장점을 갖춘 콘텐츠 산업으로 이용자들은 쉽게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아직 불법 다운로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만화ㆍ영화 등도 음악처럼 합리적인 온라인 시장이 형성된다면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준 '혁신의 블루오션'이 분명하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 등 하드웨어로 디지털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듯 보이지만 그는 그 너머에 있는 금맥(콘텐츠 시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찌감치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ㆍ동영상ㆍ애플리케이션 등 멀티미디어 유통 플랫폼을 안정화하고 미국의 굵직한 출판사들을 끌어들여 전자책방 아이북을 구축하는 등 콘텐츠 풀(pool)로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평등과 개방을 지향하는 듯한 애플 앱스토어는 사실 애플의 최종 결정에 따라 등록 여부가 결정되는 폐쇄적 성향이 짙다. 후보들 중 애플의 비전과 어긋날 경우 등록이 거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을 신청한 국내 온라인 음악 업체들의 앱이 1개월 이상 대기상태다. 등록까지 평균 2주 정도 걸리는 데 비하면 상당히 늦지만 애플 측은 가타부타 소식이 없다. 이를 놓고 설이 분분하다. 아이튠즈가 있는 애플이 굳이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다는 것. 대리점에 경쟁사 제품을 진열하지 않는 이치로 보인다. 젊은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아이폰의 앱이 되느냐 마느냐는 기업 위상에 영향이 있어 애가 타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대책은 뚜렷하지 않다. 공공기관이나 자선단체가 아닌 애플을 비난하기에는 상업적 논리도 부족하다. 사람들은 이제 가랑비에 옷 젖을 준비가 됐다. 하지만 내리는 가랑비에 '사과'가 잔뜩 섞여 있다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삼성ㆍLG 등 세계에 우뚝 선 우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잊어서는 안 될 '소프트'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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