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산업의 기본기를 키우자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의 월드컵 첫 경기인 토고전이 13일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리는 것이다. 토고를 넘어 16강, 나아가 지난 2002년의 4강신화를 대표팀이 재현해주길 붉은악마, 온 국민은 열망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이 창조해낸 4년 전의 ‘4강신화’는 붉은악마로 변신한 전국민들의 응원과 함께 히딩크 감독을 중심으로 한 완벽에 가까운 팀워크와 전술, 그리고 선수들의 정신력이 이뤄낸 합작품이었다. 영국ㆍ브라질 등 축구 강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한 축구 인프라, 뒤떨어지는 개인기 등을 극복하고 일궈냈기에 더 값졌다. 부품소재산업 자립이 핵심 월드컵은 전세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기지만 본선무대는 약 1개월의 일정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단기전의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예상을 뒤엎고 4강을 이룩했듯 이변이 종종 나타난다. 비록 선수들의 개인기와 전술 등이 부족하더라도 팀 분위기와 선수들의 정신력에 따라 경기는 객관적 평가를 가끔 뒤집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런 것이 월드컵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변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고 팀 전력의 실력 향상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실력, 즉 개인기와 체력 등이 꾸준히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 한계를 단기간에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 분야에서도 이러한 논리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튼튼한 산업구조 없이 강력한 국가 경쟁력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의 기본기는 바로 부품소재. 특히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소재 부문의 자립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를 보자.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국내 반도체산업의 위상은 너무나 위태롭다.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실리콘웨이퍼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5조7,000억원대의 세계시장 65%를 장악하고 있는 신에츠화학 등 일본업체들의 실리콘웨이퍼 공급 없이는 한국 반도체산업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LCDㆍPDP의 30~40% 역시 수입소재(전체가액기준)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재산업 기술수준(지난해 기준)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생산기술은 85%, 소재설계는 35% 수준에 각각 머물고 있다. 이는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우리가 단기간 내 빠른 발전을 위해 조립산업에 초점을 맞춘 덕에 소재에는 관심을 두지 못해 불균형적인 성장을 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래서 대일무역적자 규모는 주요 소재에 대한 높은 의존성으로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대일무역 전체 적자규모가 2002년 147억달러, 이 가운데 소재 적자액은 52억달러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전체 적자액 253억달러, 소재 부문 적자 73억달러로 급증했다. 대일무역 역조는 매년 심화되고 있는 반면 중국ㆍ인도 등의 추격은 더욱 맹렬해지고 있어 한국경제의 미래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범정부차원 육성대책 마련을 부품소재 분야의 경쟁력 확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명제다. 한국경제가 미국ㆍ일본 등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필요 조건인 것이다.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요구되는 소재 분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기업과 연구소ㆍ대학 등이 참여하는 효율적인 범정부적 협력ㆍ지원ㆍ개발 체제 구축이 시급한 것이다. 축구황제 펠레가 “축구는 스타가 아닌 팀이 하는 것이다”고 했듯이 국가적 팀워크가 필요하다. 기본기 없는 이변은 한번의 ‘깜짝 쇼’에 불과하다. 시시각각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시장에서 ‘깜짝 쇼’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산업의 기본기, 즉 소재산업을 키워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