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상업광고 방송까지 해대는 서울 지하철

안내 방송이랍시고 벼라 별 소리를 끊임없이 쏟아내 지하철을 소음지옥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제 일부 전철 노선에서는 상업광고 방송까지 해대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전철방송까지 파고드는 상술도 문제지만 대중교통수단으로서 공익성을 우선해야 하는 전철이 상업광고 방송까지 틀어대는 것은 몰상식한 짓이다. 고객을 위해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지는 못할망정 고객을 광고선전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공공 교통수단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이다. 전철을 이용해본 사람이면 느끼는 것이지만 전철역과 전동차는 물론 심지어 에스컬레이터에 이르기까지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가 쏟아내는 온갖 종류의 방송소리로 가득찬 소음 지옥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송의 대부분이 고객을 무지렁이ㆍ등신 심지어 잡범 취급하는 내용들인데다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전시용이라는 점이다. 가령 ‘전동차내에서 옆 사람에 혐오감을 주는 불쾌한 행위를 하면 법에 의해 처벌 받는다’며 고객을 잡범 취급하는 내용도 있다. 치한이 그 따위 방송에 신경 쓸리도 없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전철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다 아는 상식이다. 설사 성추행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을 상대로 그 따위 무례한 방송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도둑이나 강도가 있다고 해서 모든 국민을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위험물질을 가지고 타면 처벌 받는다며 형량까지 알려주는 방송도 있다, 심지어 노약자라는 낱말풀이에다 자리 양보하라고 훈계까지 한다. 고객을 무지렁이 취급하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하고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도 있다. 소음을 끊임없이 쏟아내 고객을 불편하게 하면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고객들이 휴대전화소리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은 거의 없기도 하지만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그 따위 소리가 효과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말이 안되거나 설사 말이 된다고 해도 전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방송소음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하철 운영도 성숙된 시민 수준에 맞게 혁신돼야 한다. 당장 상업광고 방송은 물론 고객을 무지렁이ㆍ등신ㆍ잡범 취급하는 내용의 시대착오적인 방송부터 없애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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