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문화는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문화와 창조적 역량에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에 있어서도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안겨줄 겁니다."
데이비드 스로스비 호주 맥쿼대 석좌교수는 오는 29일 '서울포럼 2013, 기업가정신이 미래다-제2 한강 기적 원동력은 창조적 리더십' 개막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창의산업이 어떻게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같은 대중문화 상품이 문화를 넘어 더 넓은 경제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스로스비 교수는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대중문화 상품의 인기는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문화적 외교력과 소프트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평가한 후 "이뿐만 아니라 상당한 무역수지도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로스비 교수는 문화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이자 정책가다. 그의 저서인 '공연예술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the Performing Arts)'은 1979년 발간된 후 3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공연예술산업 분야의 필독 고전이라는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2001년 발간한 '문화경제학(Economics and Culture)'은 한국을 비롯한 8개 언어로 번역돼 발간됐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네스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관들이 스로스비 교수를 컨설턴트로 위촉해 자문을 구했다. 스로스비 교수는 30일 서울포럼 2013의 이틀째 기조강연자로 나서 창조와 융합이 어떻게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는 문화산업을 어떻게 육성시킬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할 계획이다.
스로스비 교수는 창조경제의 핵심을 문화 분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는 거시경제의 역동적인 한 하부 섹터로 문화산업이나 창의산업으로 구성된 경제영역"이라고 규정하며 "창조성을 핵심 투입요소로 하는 산업들, 또는 시장가치가 있는 지적재산권을 만들어내는 산업들을 창조경제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로스비 교수는 "예술과 미디어ㆍ출판ㆍ언론ㆍ디자인 같은 산업들이 창조경제의 예"라며 "정부는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시장을 활성화하고 중소 창의산업을 보조하거나 문화예술 지원, 공연 수출 등 다양한 형태의 정책을 통해 창조산업을 장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로스비 교수는 문화와 경제의 시너지 방안을 묻는 질문에 "창조경제에서 쓰이는 지식과 기술을 제조업ㆍ서비스업 같은 다른 산업군에 전환해 적용할 있다"며 "창의적 전략이나 기술을 다른 산업 분야에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숙련된 창의적 인재가 다른 산업군에서 혁신을 촉진한다"며 "문화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로스비 교수는 창조경제와 문화의 상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사람들이 더욱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성장과 발전의 근본적인 단계에서부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문화와 경제의 시너지에 대한 이 같은 설명은 그의 지론이다. 스로스비 교수는 그동안 저서와 강연을 통해 "창조적 경제는 많은 국가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다른 전통 산업 분야보다 보다 많은 고용을 창출해왔다"며 "창조적 경제는 전체 경제 분야의 혁신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창조성은 혁신에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며 혁신은 경제성장을 가져올 기술변화의 원동력"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는 최근 문화와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과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노력과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이다.
스로스비 교수가 문화경제학 분야의 권위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그만의 균형감각도 한몫했다. 그는 문화가 경제영역의 혁신에 기여한다면서도 문화의 경제 종속을 경계한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문화정책 발전의 특징을 문화정책이 경제정책의 한 부분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억지"라며 "이는 문화의 숭고한 목적을 시장의 탐욕스러운 요구에 종속시키는 시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각국 정부는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고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문화를 다루는 것은 문화정책의 분명한 특징"이라면서 경제만능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로스비 교수는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의 경력에는 오스트리아 정부, 주정부의 위원이라는 직함도 있다. 스로스비 교수는 최근까지 한국의 민간 및 정부 기관과도 꾸준히 교류하며 정책적인 차원에서 영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에는 서울시가 문화경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정책 마련을 조언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학술적 기준과 주안점을 제시했다.
그리고 30일 서울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창조경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