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17조원 가운데 4분의 1이 코스피지수 1,300~1,350 사이에서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최근 1,350포인트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증시가 본격적인 랠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매물대를 뛰어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작년 이후 주식형펀드의 순증액(설정액에서 재투자분 제외)은 17조2,697억원이었으며 이중 25.3%에 달하는 4조3,651억원이 1,300~1,350선에서 유입됐다. 또 1,350선 이상에서 들어온 자금도 15%(2조6,8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수대를 합할 경우 올들어 유입된 자금의 40% 가량이 1,350선 이상에서 들어온 것.
이에 따라 현재 지수 1,350대에 걸쳐진 증시가 전고점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이 펀드 매물대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증시가 반등 조짐을 보이자 1,200~1,300선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4~12% 가량의 수익률이 발생해 차익실현 욕구를 느낄 가능성도 있다. 이 지수대에 들어온 자금은 5조215억원으로 전체의 29.1%에 달한다.
우현섭 제로인 애널리스트는 “지난 4~5월 1,350선 이상에서 펀드에 가입했을 경우 돈을 넣자마자 지수가 빠지면서 손실이 발생한 만큼 이번에 증시가 반등을 시도하면 또 한차례 환매 러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연말까지 랠리를 이어가려는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매물벽을 넘어서는데 성공할 경우 증시의 상승탄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차익실현 욕구에 따라 매물이 나오지만 반대로 매수 세력이 등장하면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하락장에서 손실을 감내하면서 환매가 일어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상승장에서 번 사람이 털고 나가는 것은 증시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서 “상승 속도를 어느 정도 느리게 만들 수는 있어도 상승추세를 훼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들어왔던 자금은 올해 초 충분히 벌었다는 판단아래 환매가 집중됐고 또 지난 4월에는 연초 유입된 자금이 2, 3월 조정 이후 반등하자 본전을 찾아 팔고 나간 것”이라면서 “기존에 일찍 들어온 사람들의 환매도 한번 거쳤고 주가에 흔들리는 단기 자금도 한차례 지나갔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