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오일뱅크를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권오갑(사진)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3일 충남 대산공장에서 열린 '제2 BTX(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 생산설비 준공식에서 던진 일성이다. 권 사장에게 제2의 BTX 공장은 단순한 생산설비를 넘어 사장 취임 이후 줄곧 추진해온 신사업의 첫 번째 가시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탈(脫) 정유를 통해 회사를 새롭게 변모시키겠다는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게 됐다.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0년 8월. 현대중공업그룹이 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 현대오일뱅크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외국자본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동안 조직문화도 엉망이 됐고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수장 자리에 오른 그는 '위기 극복'와 '기회 포착'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현대오일뱅크를 바꿔놓고 있다. 조직문화도 바꾸고 연구ㆍ시설 투자를 통해 고도화 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지난해 말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등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권 사장의 리더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현대오일뱅크의 미래인 신사업이다. 사실 현대오일뱅크는 다른 정유사보다 매출에서 원유정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석유화학 분야 진출, 이른바 탈 정유를 통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이 그것이다.
권 사장은 이를 위해 일본의 코스모석유사와 합작으로 제2의 BTX 공장 착공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2011년 4월 상세설계에 착수, 2011년 7월 공장 기공, 2013년 4월 공장 준공이라는 행보를 이어갔다. 총 공사비는 5,3000억원이다.
상세설계 착수 이후 완공까지 기간이 총 19개월로 이는 유사 규모 프로젝트 가운데 최단 기간이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권 사장이 공장 착공 이후부터 준공 전까지 매주 1~2회 현장을 직접 방문해 관계자들을 독력하고 격려했다"며 "눈에 보이지 않은 권 사장의 리더십이 단기간 공장 가동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매주 현장 방문 외에도 직원들에게 현대오일뱅크의 미래는 신사업에 달려 있다며 쉼 없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미래 비전 공유를 위해 직원과의 격의 없는 대화 등을 통해 '여러분(직원)이 CEO다'라며 주인의식을 갖춰줄 것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준공된 '제2 BTX' 설비로 현대오일뱅크는 탈석유라는 행보에 본격 발을 들여놓게 됐다. BTX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시설. 여기에서는 앞으로 총 100만톤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총 석유화학 제품 생산 능력은 150만톤으로 늘어나며 이에 따라 매출에서 석유화학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14%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다른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 물량을 중국과 대만 등으로 수출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향후 윤활기유, 프로필렌 유도체 등 신사업을 추가해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겠다"며 현대오일뱅크의 또 다른 미래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