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 차부문 조기분리] 재계 "재벌개혁 압박카드" 촉각

현대그룹의 자동차부문 조기 계열분리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3일 『정몽헌 현대회장이 지난 9일 자동차부문의 계열분리를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鄭회장의 방문자리에 배석했던 박세용 현대 구조조정본부장(현대상선 회장)은 14일 『鄭회장은 자동차부문의 조기 계열분리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초 계획대로 2001년까지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 관계자도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말이 몇단계를 건너뛰면서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李위원장과 朴회장이 그 결과에 대해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왜 이 시기에 현대자동차의 조기 계열분리문제가 튀어나왔는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계열분리는 재계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현대그룹에서 자동차부문이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은 현대그룹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바로 재벌 해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재벌개혁의 상징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대에 자동차를 조기 분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의 조기 계열분리를 통해 다른 그룹에게도 구조조정을 앞당기도록 채찍질을 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초 현대가 발표한 구조조정계획의 골자는 2001년까지 자동차부문을 그룹에서 독립시키고, 2005년까지 전자, 중화학, 건설, 금융·서비스 등 나머지 4개 주력업종도 분리, 소그룹화해 느슨한 소그룹 연합형태로 바꾸겠다는 것. 그런데 갑자기 李위원장이 鄭회장의 발언이라면서 자동차부문의 조기 계열분리를 거론한 것이다.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지분정리와 상호지급보증해소가 선결되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계열사 지분현황을 보면 현대중공업이 9.63%, 현대건설이 3.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주식의 36.1%, 현대유니콘스의 25%,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20%를 소유하고 있다. 또 인천제철과 현대캐피탈이 기아자동차 지분의 20%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같은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부채비율 축소에 급급한 현대그룹으로는 실천하기 쉽지않은 형편이다. 또 상호 얽혀있는 계열사를 어떻게 교통정리하느냐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자동차부문의 조기분리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계열분리에는 지난해 현대가 인수한 기아자동차라는 아킬레스건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는 2001년이후에야 기아가 정상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현대그룹이라는 보호막안에 있는 것을 전제로 한 정상화계획이어서 계열분리가 될 경우 기아정상화는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현대관계자는 『지난 4월 분리된 금강개발의 분리작업에 2년 이상이 소요됐다』며 『계열분리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중 계열분리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자동차의 조기 계열분리 문제보다도 李위원장 발언의 진의 파악에 더 골몰하는 모습이다. /연성주 기자 SJY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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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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