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그리울거예요 블룸버그 시장

월가 "친기업시대 끝나나" 비통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나 기업 리더들이 마이클 블룸버그(사진) 뉴욕 시장의 시대가 끝나간다는데 비통해하고 있다"(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11월5일 빌 드 블라시오 민주당 후보가 차기 뉴욕시장에 당선될 것으로 보이면서 월가에는 벌써부터 블룸버그 현 시장에 대한 향수가 번지고 있다. 블라시오 후보와 달리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2001년 시장 자리에 오른 이래 부유층 및 월가 금융기관의 세금을 깎아주는 등 노골적으로 친월가 성향을 보여왔다.


임기 첫날의 공식 일정을 뉴욕증권거래소(NYSE) 오프닝 벨 행사로 시작했을 정도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월가의 탐욕에 대해 백악관과 정치권의 비난이 쏟아졌을 때도 "연방정부가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월가를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적극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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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2년3월 그레그 스미스 골드만삭스 전 이사가 "회사가 고객들을 봉(muppet)으로 부르며 손실을 떠안겼다"고 폭로하면서 일대 파란이 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골드만삭스 객장을 직접 찾아가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아울러 골프광인 블룸버그 시장은 JP모건,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등의 최고경영진과 골프를 통해 유대 관계를 다지는데도 적극적이었다.

지난 12년간 뉴욕시장 재임 기간의 성과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개인 재산이 310억 달러에 달하는 탓에 로비집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범죄 소탕, 공공교육 개혁, 공공장소에서 흡연 금지 등의 정책을 밀고 나가 큰 성과를 이루었다. 임기 중 뉴욕 경기도 상대적으로 호조를 누렸다. 맨하튼 평균 집세가 현재 월 3,017달러로 2002년 월 2,088달러보다 50% 가량 뛴 게 단적인 사례다.

로이터는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12년간 월가의 치어리더였다"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경제적 불평등 개선과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월가 점령 시위대에 대해 월가의 방어자 노릇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부자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특히 저소득층의 현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공분을 자아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달 초에도 "소득 격차는 뉴욕시에 억만장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뉴욕에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는 억만장자가 더 많이 온다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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