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 않은 겨울인데도 이번 시즌 모자가 대유행이다.
겨울철 패션 소품하면 으레 머플러와 장갑 정도를 생각하고 말기 일쑤지만, 최근에는 영국풍 헌팅캡부터 귀여운 손뜨게 귀덮개 모자인 `머플캡`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며,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겨울 옷 코디에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인에 비해 얼굴이 크다는 신체적 특성과 함께 `너무 튄다``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는 모자를 기피해 온 것이 사실. 하지만 점차 체격이 서구화되고 남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옷차림에 익숙해짐에 따라, 단순한 겨울철 방한용이 아닌 개성적인 패션 소품으로 모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스타일이 불러온 모자 전성기= 모자에 대한 관심은 이번 시즌 유행한 60년대 영국풍 패션인 `모즈룩`에서 비롯됐다. 복고풍의 영국 스타일에 뿌리를 둔 패션 스타일이 인기를 누림에 따라, 가장 영국적인 소품으로 손꼽히는 모자가 부각되고 있는 것. 패션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가장 인기있는 모자 아이템으로 사냥할 때 쓰는 모자인 `헌팅캡`을 꼽는다. 80년대풍의 `스트리트 패션`이나 학생복을 연상시키는 `스쿨걸 룩` 등 거의 모든 스타일에 어울리는 소품으로, 색상은 검정이나 갈색, 영국풍의 체크나 스트라이프 무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종 모양에 살짝 아래로 늘어진 테를 두른 여성용 모자인 `클로슈`도 전통 영국풍 스타일을 강조하며 정장부터 캐주얼까지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전통 겨울 소재인 트위드나 헤링본, 그리고 체크 패턴이 많이 사용된다. 비슷한 소재로 갈색에 클래식한 체크 패턴을 넣은 중절모 역시 주목 대상.
◇올 겨울 캐주얼 완성하는 `머플캡`= 비행기 조종사 모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북구 지역의 소녀처럼 보이기도 하는 일명 `귀마개 모자`는 올 겨울 스키나 보드 등 겨울 레저에서 뿐 아니라 일상 캐주얼 웨어에까지 매치되어 독특한 멋을 살려주는 유행 아이템이다. 양쪽 귀를 살짝 덮어주는 귀 덮개 덕분에 보온성이 탁월한데다, 귀여운 스타일을 연출해 주는 패션성이 젊은 층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소재로는 주로 가죽과 니트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가죽 소재는 심플한 느낌을, 손뜨개는 모자 위에 방울을 달거나 양쪽 줄 끝에 방울을 다는 식으로 소녀스러운 멋을 살릴 수 있다.
이 밖에 귀마개가 달린 퍼(fur) 장식의 방한 모자, 일명 `보드 모자`도 올 겨울 최고의 인기 아이템으로 꼽힌다. 데님이나 코듀로이 등 캐주얼한 소재를 사용, 일상의 멋스러운 소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어떤 모자를 고를까= 해마다 인기 아이템이 바뀌기는 한다지만 모자는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유행보다는 자신의 얼굴형과 용도에 맞게 고르는 것이 좋다고 패션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나산 꼼빠니아의 디자인실 신남진 실장은 “자신의 분위기와 하는 일, 용도까지 종합해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굴형도 중요한 고려 대상. 둥근 얼굴이라면 챙이 뒤로 젖혀지거나 처지지 않고 수평을 이루는 스타일이 좋으며, 턱이 각지고 넓은 편이라면 얼굴을 가로로 갈라주는 챙을 택하도록 한다. 긴 얼굴에는 챙 없는 모자는 피하는 것이 실패 가능성이 적다.
신 실장은 광대뼈가 나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외로 모자가 잘 어울리는 형이라며, 모자 끝이 뾰족한 스타일만 피한다면 대부분의 스타일을 소화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그밖의 겨울 소품
올 겨울에는 새 옷으로 멋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스타일 연출이 각광을 받고 있다. 머플러와 장갑 같은 기본 아이템부터 80년대에 유행했던 워머까지 부상, 저렴한 쇼핑으로 겨울 패션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것. 신원 `씨` 디자인실의 박난실 실장은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머플러와 장갑, 워머 등의 소품만으로 원하는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어 선물 아이템으로도 매력적”이라고 권한다.
소재와 디자인이 다양해진 머플러는 성글게 잔 손뜨개나 화려한 색상에 끝에 술을 단 복고풍, 길게 늘어뜨리는 롱 스타일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LG패션 알베로의 조주연 캐주얼 디자이너는 “복고풍의 스포티브 룩이 유행하면서 낡고 헤진 듯한 느낌을 주는 니트 머플러가 대유행”이라며 “니트 머플러는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으므로 목에 둘둘 감지 말고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영국풍의 유행으로 캐시미어 100%의 고급스러운 머플러도 인기. 한 면은 무지, 반대면은 체크 패턴이 들어가 한 장으로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리버시블 머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장갑의 경우, 주로 니트 또는 가죽 소재가 무난한데, 복고풍의 열기를 타고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벙어리 장갑을 찾는 이들도 많다. 손뜨개 느낌의 장갑은 점퍼나 더플코트에 매치시키면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한편 가죽 소재는 연출에 따라 남성적이고 터프한 이미지부터 세련되고 럭셔리한 이미지까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이번 시즌 장갑의 특징은 60년대 모즈룩의 영향으로 7부 소매의 상의가 유행함에 따라 길이가 긴 장갑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 팔목까지 올라오는 장갑은 보온 뿐 아니라 패션의 일부로, 화려한 색상의 가죽장갑에 7부 소매의 코트나 니트를 매치시켜 입는 것이 멋스럽다.
올 겨울 눈길이 가는 또하나의 소품은 워머.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서 다리를 감싸는 레그워머 뿐 아니라, 손목부터 팔꿈치에 팔에 하는 워머까지, 패션성을 감안해 다양한 패턴과 색상의 워머가 인기다.
일상적으로 들고 다니는 가방에서도 계절감을 연출할 수 있다. 많은 패션업체들은 겨울 의상과 함께 스웨이드, 누박, 송치 등 기모 느낌이 나는 핸드백과 가방을 함께 선보이며 겨울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코디를 제안하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