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美, 고용시장 봄기운 도는데… 주택시장은 '춘래불사춘'

[월가 리포트] 차압주택 물량 쏟아져 벌써 더블딥 가능성 대두<br>"판매 부진은 혹한·폭설탓 4~6월 반등 있을것" 관측도




"주택시장은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횡보하고 있다. 모기지 연체율 과 차압율은 앞으로도 더 늘 것이며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재고주택은 집값 추가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6일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담긴 주택시장 진단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이 말은 미국 주택시장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미국 경제가 제조업과 서비스업, 고용까지 회복 가도에 올라섰건만 금융위기의 진원지 주택시장은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주택시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자유 추락을 멈추고 미약하나마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가격ㆍ판매 지표는 뒷걸음질을 치는 양상이다. 오히려 FRB의 모기지 채권 매입이 3월말로 종료된 데 이어 세제지원을 골자로 한 2차 주택시장 부양책마저도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더블 딥(이중침체)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부양책 종료 이후인 2ㆍ4분기 주택 지표의 향방은 바닥을 다지고 있는 주택시장에 회복의 시동이 걸리고 있는지 아니면 더블 딥(이중 침체)으로 추락할 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쏟아지는 차압 물량이 주택가격 발목=지난 3월말 발표된 2월 기존 주택 판매는 연율 기준으로 502만 채로 3개월 내리 감소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1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20대 도시기준)은 145.32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4월 139.25로 바닥을 찍고 상승하다 지난해 12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주택경기의 침체 지속은 무엇보다 엄청난 물량의 재고주택 부담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 2월 현재 재고 주택은 359만 채. 이는 9.5개월 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2월 한 달 동안 시장에 새로운 매물이 31만2,000채 늘어나면서 재고 주택은 2008년 4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70년대 이후 작년까지 재고주택 연간 평균치는 200만 채. 시장에는 150만 채의 과잉물량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가의 70%선의 폭탄세일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점. 차압과 숏세일 주택 등 이른바'새도우 인벤토리(그림자 재고ㆍshadow inventory)'물량이 주택가격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기존 주택 거래 가격이 그다지 오르지 않은 이유도 수요자들이 이런 폭탄세일 주택 위주로 바겐 헌팅(헐값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의 최소 30%는 새도우 인벤토리로 추정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올해 250만 채를 비롯, 앞으로 3년간 600만 채의 차압주택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주택 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개 드는 더블 딥 =오르던 집값이 다시 떨어지는 이중 침체를 보이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분석기관인 질로우닷컴(www.zillow.com)은 143개 메트로 권역 가운데 14곳은 이미 더블 딥에 빠졌으며 보스톤 등 10곳은'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더블 딥에 빠진 지역으로는 미 프로골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대회가 열렸던 조지아주 오거스타(8개월 연속하락)과 콜로라도 스프링스(5개월) 등이다. 질로닷컴은 5개월 연속 하락하면 더블 딥에 빠졌다고 판단한다. 질로닷컴의 스탠 햄프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국적으로 보면 집값은 바닥을 쳤지만 지속 가능한 상승세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2~3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가격지수를 만든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더블 딥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러 교수는 1월 주택가격지수가 발표된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부양책은 주택시장의 80~90%를 지탱해 왔다"면서"그러나 주택세제 지원책이 4월로 종료되면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50%나 된다"고 지적했다. 실러 교수는 이에 따라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복속도 둔화는 날씨 탓= 그러나 최근의 주택시장 부진이 혹한과 폭설 등 계절적 요인이 반영돼 일시적 악재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주택판매의 예비지표인 2월 잠정주택 판매동향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계약을 근거로 판매치를 집계하는 잠정주택 판매는 2월에 전월 대비 8.2% 급증했다. 계약에서 거래 종료까지는 1~3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기존주택 판매가 다시 늘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계 이민 1.5세대인 로렌스 윤 전미부동산중개업협회(NR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 동안의 주택판매 부진은 겨울철 혹한 탓"이라며 "4~6월에는 세제지원 효과가 집중되면서 의미 있는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긍정적 신호는 금융시장의 안정 기조다. 모기지 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모기지 연체율이 지난해 3ㆍ4분기 9.64%에서 지난해 4ㆍ4분기 9.47%로 떨어졌다. 위기 이전의 4%대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주택버블이 붕괴한 직후인 2007년 1분기 이후 첫 하락세다. 연체율도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에 따라 점차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관련, FRB모기지 매입 중단이 주택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4월 들어 30년만기 모기지금리는 5% 초반을 형성하고 있지만 과거 10년 평균치는 6.2%에 비해서는 휠씬 낮은 편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FRB가 조기에 긴축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실업률이 천천히 떨어지듯 주택가격 회복 속도도 그다지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